“말은 곧 사람이며 철학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자주 이 말을 의심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 한 말과 뒤에 하는 말이 달라지고, 책임지지 못할 말들이 쉽게 쏟아지고, 중요한 질문 앞에서는 말을 돌려버린다. 거짓이 진실보다 빨리 퍼지고, 침묵은 무기처럼 쓰인다. 누군가 말한다. 하지만 듣지 않는다. 누군가 설명한다. 하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기적 언어, 비어 있는 말들을 쉽게 뱉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처음의 말과 뒤의 말이 다르며 책임지지 않는 말을 툭툭 던지고 불리하면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며 오직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반복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의지도, 이해할 노력도 하지 않으며 결국 대화는 단절되고, 신뢰는 금이 간다. 이들은 단지 말을 잘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언어를 통해 자신을 포장하거나 은폐하려는 사람들이다. 진실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들은 무얼까?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때로 침묵이 있고, 때로는 계산된 말장난이 있다. 그 사이에는 무책임한 태도, 기회주의적 계산, 공감 능력의 결핍, 철학 없는 말장난이 존재한다. 그들의 말에는 철학이 없고, 비전이 없고, 맥락이 없다. 그리고 그 공허한 말들은, 어느새 진실을
지난 7월, 내게는 특별한 달이었다. 육·해·공 3군의 심장부인 계룡대에서 각 군 수뇌부를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 것이다. 더욱 특별했던 점은 각 군 참모총장들이 직접 참여해 장군단과 함께 조직문화 개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데 있다. 형식이 아닌 실질적 태도의 변화, 그것이야말로 리더십의 출발점임을 실감하는 기회였다. 리더는 말하지 않아도 문화를 만들고, 행동하지 않아도 기준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파워 인플루언서’라 부른다. '공군(육군) 조직문화와 성인지 리더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100분간 이어진 강의에서 내가 가장 강조한 것도 바로 이 ‘파워 인플루언서’인 리더의 책임이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피해자 입장을 이해하는 감수성’이다. 군 조직에서 지휘관은 폭력에 대한 예방–대응–조치 전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지만, 나는 특히 ‘대응과 조치’ 과정에서의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차 피해로 이어지기 쉽고, 이는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절망을 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호의 출발점은 ‘이해’다. 성희롱·성폭력 피해는 성별, 연령, 직업, 외모, 성격과 무관하
요즘 우리는 식당, 영화관, 병원, 심지어 결혼식장에 가서도 ‘키오스크’ 앞에 서게 된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며 주문하고 결제하는 이 무인기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젊은 세대는 “간편하고 빠르다”며 환영하지만, 그 편리함의 그림자에 가려진 이들이 있다. 바로 디지털 전환의 속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고령층이다. 이들은 종종 화면 구성이나 외국어 표현, 터치스크린의 감도에 어려움을 느낀다. 메뉴를 누르는 손끝은 망설이고, ‘잘못 주문할까’ 걱정에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적지 않다. 가게 안이 아니라, 키오스크 앞에서 이미 진입 장벽에 부딪히는 셈이다. 즉, ‘디지털 격차’를 넘어선 ‘암묵적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함에도,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는 구조라면 그것은 결코 ‘혁신’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월21일 ‘디지털 포용법’을 제정하면서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가 기술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AI 사랑방’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아직 제한적이며, 지역 간 격차도 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키오스크의 인터페이스가 업종마다, 브랜드마다 다르다
도로는 작은 사회다.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어우러져 움직이는 공간에서 질서와 배려는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도로 위는 그 약속이 너무 쉽게 무너진다. 일부 운전자들의 이기적이고 무질서한 운전은 단순히 교통사고의 위험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의 기반마저 흔들게 마련이다. 최근 경찰이 ‘5대 반칙운전’에 이륜차 무질서 운행을 추가해 집중 단속에 나선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반칙운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상적 위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치기 유턴, 버스전용차로 위반, 꼬리물기, 무리한 끼어들기, 비긴급 구급차 운행처럼, 이른바 '5대 반칙운전'이라 불리는 행위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남보다 먼저 가기 위한 반칙’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반칙은 언제나 규칙을 지키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특히 새롭게 단속 대상이 된 이륜차의 무질서 운행은 그간 단속이 느슨했던 영역이다. 하지만 위험성은 결코 적지 않다. 신호를 무시하고 역주행하거나 인도를 질주하는 이륜차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단속 강화를 반기는 이유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7년째를 맞고 있다. 그 사이 많은 직장인들이 이제 ‘갑질’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조직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에게 부당한 언행이나 지시를 내리는 ‘갑의 횡포’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으며 제재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직장 내 괴롭힘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갑질’뿐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괴롭힘, 이른바 ‘을질’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실제 사례는 충격적이다. 팀 반장이자 하급자인 남성 직원 A씨는 직속 상관인 여성 상급자를 ‘나이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조직적으로 배제했다. 보고 체계를 고의로 무너뜨렸고, 동료들과 결탁해 상급자를 따돌리는 행위를 반복했다. 법원은 이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이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직위보다 나이나 경력, 팀 내 권력관계가 ‘관계의 우위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본것이다. 이는 직급이 낮더라도 조직 내에서 비공식적 권력을 가진 자가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다양한 업종에서 잇따르고 있다. 금융회사
최근 얼마 전, 공군본부의 요청으로 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교육은 기관장의 참석 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공군은 달랐다. 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주요 고위직 간부들이 대회의실을 가득 메웠고, ‘공군 조직문화와 성인지 리더의 역할’이라는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의 책임을 되짚는 진지한 시간이었다. 조직문화는 그 조직의 분위기이자 태도이며, ‘누가 함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 중심에는 리더가 있다. 리더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표정 하나, 심지어는 침묵까지도 구성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나는 리더를 '파워 인플루언서(Power Influencer)'라 부른다. 직급이 높을수록 그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절대적이기도 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군 내 성희롱 사건은 전체 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와 문화의 문제라는 방증이다. 그 바탕에는 ‘침묵’이라는 고질적인 분위기가 한 몫 한다. 침묵은 행위자에겐 묵인과 관용이 되고, 피해자에겐 더 큰 고통이자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위기에 빠진 국가를 정상 궤도로 돌려세우고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와 국격,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국정 운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대선 기간 공약했던 주요 정책들을 하나둘씩 현장에서 점검하며, 국민과의 약속 이행에 나서는 모습이 주목된다. 선거 때 이재명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교육·경제·복지 분야는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처우개선과 공직문화 개선을 위해 ‘간부 모시는 날’, 불합리한 업무 지시 등 잘못된 공직 관행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간부 모시는 날’은 상급자를 위해 하급자가 의사와 무관하게 순번을 정해 상급자의 식사를 챙기는 문화다. 단순한 ‘식사 대접’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부하직원의 자율성과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부적절한 관행적 부패행위다. 그런데도 지금껏 수많은 공직 기관에서 조직 내 소통 강화와 경직된 조직문화 완화라는 명분으로 버젓이 관행되어 왔다. 공무원 18.1%가 간부 모시는 날 경험... 대부분 불필요한 행위로 여겨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가 전국 15만여
지난 시기,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격랑의 시간을 지나왔다.헌정 질서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한 초유의 사태와 정치적 불안정, 그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추락한 국격은 국민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실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연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롭게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이념과 세대를 초월한 국민 대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분열과 대립의 정치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시간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치의 중심을 ‘권력’에서 ‘국민’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빈부격차, 지역 불균형, 저출생, 고령화 등 복합적인 사회문제는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 된다. 실질적인 복지 정책과 민생 회복에 집중하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하게 존중받는 사회 누구나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이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갈등과 이념을 뛰어넘어 국민을 하나로 묶는 치유의 힘이 되어왔다. K-팝, K-드라마, K-영화가
디지털 시대의 발전은 정보의 공유와 접근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우리는 손끝 하나로 세계의 정보를 얻고, 실시간으로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디지털 환경은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디지털 성범죄다. 이전까지의 성범죄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졌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익명성과 무한한 확산력을 기반으로 한다. 피해자는 얼굴조차 모르는 가해자에게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당하며, 그 피해는 단 한 번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삭제되지 않는 영상과 흔적은 피해자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 2024년 발표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10,305명으로 전년보다 14.7% 증가했다. 피해 영상물 삭제 요청 건수도 30만 건에 달했으며, 그 중 4분의 1은 피해자의 이름,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가 함께 노출된 경우였다. 이는 피해자에게 단순한 수치심을 넘어서 2차, 3차 피해로 연결되는 구조적 고통을 안긴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피해자의 낮은 연령대다. 전체 피해자의 약 80%가 10대와 20대인데, 이 중 10대 피해자가 무려 27.8%에 이
우리 사회에서 성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주제다. 특히 '성폭력'과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자주 혼용되지만, 실제로는 법적 기준과 사회적 인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조직 내 성문제 예방뿐 아니라 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성희롱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노골적인 성적 농담이나 외모 평가, 부적절한 시선,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이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느낀 점'이 판단 기준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가벼운 말이나 행동이라도 상대방이 불쾌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다. 반면 성폭력은 더 심각한 수준의 성적 침해 행위를 의미하며, 강간, 강제추행, 불법 촬영 등 신체적 접촉이나 폭력성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범죄로, 형법과 성폭력처벌법 등 여러 형사법에 의해 강하게 처벌된다. 행위자의 고의성, 위협성, 강압성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두 개념은 다르게 다뤄진다. 성희롱은 주로 민사상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