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딘가의 산업현장에서 누군가의 남편이, 아내가, 아버지가, 어머니가, 아들이, 딸들이 일터로 나섰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잠정 결과에 따르면, 한 해 동안 55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589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 평균 1.6명이 일터에서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76명으로 전체의 46.9%를 차지했고, 제조업이 17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사고 유형으로는 '떨어짐'이 2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어제 29일 고용노동부 발표에서도 지난 2025년 1∼9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457명이라고 한다. 이 중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자는 199명(43.5%)으로 역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망 사고 10건 중 4건이 추락 사고인 것이다. 4분기(10∼12월)까지 포함하면 추락 사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3년간 제조업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은 떨어짐, 맞음, 끼임, 부딪힘, 깔림 순이었으며, 전체 사망사고의 80% 이상이 이 다섯 가지 유형에 집중되어 있다. 충격적인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예측 가능한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궁금해진다. 예측 가능하다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사고를 막지 못했을까? 그 답은 단 하나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은 한 번 확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거 군대생활하던시절 지휘관때 안전분야에 있어 항상 강조했던 네 가지 개념이 있다. 체크(Check), 리체크(Re-check), 더블체크(Double-check), 그리고 크로스체크(Cross-check). 이 네 가지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각각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는 안전의 방어선이다.
첫째, 체크(Check) 는 작업 전 기본 점검이다. 안전모는 착용했는가, 안전대는 체결되었는가, 장비 전원은 차단되었는가. 이것은 안전의 최초 관문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첫 번째 관문조차 형식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늘 해왔으니 괜찮겠지"라는 익숙함이 첫 번째 방어선을 허문다.
둘째, 리체크(Re-check) 는 작업 도중 재확인이다. 작업 환경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날씨가 바뀌고, 옆 작업팀의 상황이 달라지고, 장비의 상태가 변한다. 체크로 이상이 없었다고 해서 작업 중에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변화하는 현장에서 리체크는 생명줄이다.
셋째, 더블체크(Double-check) 는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피로하면 놓치고, 익숙하면 건너뛴다. 동료가 함께 확인하는 더블체크는 한 사람의 실수를 다른 사람이 잡아주는 안전망이다. 항공업계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이륙 전 체크리스트를 소리 내어 함께 확인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넷째, 크로스체크(Cross-check) 는 제3자 또는 다른 기준으로 교차 검증하는 것이다. 같은 팀끼리의 확인은 집단적 관성에 빠질 수 있다. 외부 안전관리자의 점검, 다른 부서의 교차 확인, 표준 매뉴얼과의 대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크로스체크는 조직 내부에서 보이지 않던 위험을 밖에서 잡아내는 마지막 안전판이다.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것과 안전은 다르다. 문제는 이 네 단계가 제도로는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서류 작업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작업 전 안전점검표가 있지만 서명만 하고 넘어간다. 안전교육을 이수했지만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 사고는 대부분 안전모나 안전대 등 아주 기초적인 보호 장비 착용 미흡에서 시작된다. 알고도 안 하는 것, 이것이 진짜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한 해 동안 중대재해 사고사례 500건을 전국 산업현장에 공유하는 '중대재해 사이렌' 플랫폼을 운영했다. 사고가 나면 전파하고, 교육하고, 다시 잊는 악순환. 우리는 그 사이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전은 문화다. 체크, 리체크, 더블체크, 크로스체크. 이 네 단어를 현장에 붙여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것이 몸에 밴 습관이 되어야 하고, 조직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 "바쁜데 또 확인해야 해?"라는 말이 현장에서 사라지는 날, 비로소 우리는 한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그리고 그 투자의 시작은 아주 단순하다.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오늘 현장으로 나서는 모든 분들께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셨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