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식당, 영화관, 병원, 심지어 결혼식장에 가서도 ‘키오스크’ 앞에 서게 된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며 주문하고 결제하는 이 무인기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젊은 세대는 “간편하고 빠르다”며 환영하지만, 그 편리함의 그림자에 가려진 이들이 있다. 바로 디지털 전환의 속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고령층이다. 이들은 종종 화면 구성이나 외국어 표현, 터치스크린의 감도에 어려움을 느낀다. 메뉴를 누르는 손끝은 망설이고, ‘잘못 주문할까’ 걱정에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적지 않다. 가게 안이 아니라, 키오스크 앞에서 이미 진입 장벽에 부딪히는 셈이다. 즉, ‘디지털 격차’를 넘어선 ‘암묵적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함에도,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는 구조라면 그것은 결코 ‘혁신’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월21일 ‘디지털 포용법’을 제정하면서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가 기술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AI 사랑방’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아직 제한적이며, 지역 간 격차도 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키오스크의 인터페이스가 업종마다, 브랜드마다 다르다
도로는 작은 사회다.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어우러져 움직이는 공간에서 질서와 배려는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도로 위는 그 약속이 너무 쉽게 무너진다. 일부 운전자들의 이기적이고 무질서한 운전은 단순히 교통사고의 위험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의 기반마저 흔들게 마련이다. 최근 경찰이 ‘5대 반칙운전’에 이륜차 무질서 운행을 추가해 집중 단속에 나선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반칙운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상적 위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치기 유턴, 버스전용차로 위반, 꼬리물기, 무리한 끼어들기, 비긴급 구급차 운행처럼, 이른바 '5대 반칙운전'이라 불리는 행위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남보다 먼저 가기 위한 반칙’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반칙은 언제나 규칙을 지키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특히 새롭게 단속 대상이 된 이륜차의 무질서 운행은 그간 단속이 느슨했던 영역이다. 하지만 위험성은 결코 적지 않다. 신호를 무시하고 역주행하거나 인도를 질주하는 이륜차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단속 강화를 반기는 이유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7년째를 맞고 있다. 그 사이 많은 직장인들이 이제 ‘갑질’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조직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에게 부당한 언행이나 지시를 내리는 ‘갑의 횡포’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으며 제재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직장 내 괴롭힘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갑질’뿐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괴롭힘, 이른바 ‘을질’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실제 사례는 충격적이다. 팀 반장이자 하급자인 남성 직원 A씨는 직속 상관인 여성 상급자를 ‘나이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조직적으로 배제했다. 보고 체계를 고의로 무너뜨렸고, 동료들과 결탁해 상급자를 따돌리는 행위를 반복했다. 법원은 이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이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직위보다 나이나 경력, 팀 내 권력관계가 ‘관계의 우위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본것이다. 이는 직급이 낮더라도 조직 내에서 비공식적 권력을 가진 자가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다양한 업종에서 잇따르고 있다. 금융회사
최근 얼마 전, 공군본부의 요청으로 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교육은 기관장의 참석 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공군은 달랐다. 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주요 고위직 간부들이 대회의실을 가득 메웠고, ‘공군 조직문화와 성인지 리더의 역할’이라는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의 책임을 되짚는 진지한 시간이었다. 조직문화는 그 조직의 분위기이자 태도이며, ‘누가 함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 중심에는 리더가 있다. 리더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표정 하나, 심지어는 침묵까지도 구성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나는 리더를 '파워 인플루언서(Power Influencer)'라 부른다. 직급이 높을수록 그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절대적이기도 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군 내 성희롱 사건은 전체 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와 문화의 문제라는 방증이다. 그 바탕에는 ‘침묵’이라는 고질적인 분위기가 한 몫 한다. 침묵은 행위자에겐 묵인과 관용이 되고, 피해자에겐 더 큰 고통이자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위기에 빠진 국가를 정상 궤도로 돌려세우고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와 국격,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국정 운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대선 기간 공약했던 주요 정책들을 하나둘씩 현장에서 점검하며, 국민과의 약속 이행에 나서는 모습이 주목된다. 선거 때 이재명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교육·경제·복지 분야는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처우개선과 공직문화 개선을 위해 ‘간부 모시는 날’, 불합리한 업무 지시 등 잘못된 공직 관행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간부 모시는 날’은 상급자를 위해 하급자가 의사와 무관하게 순번을 정해 상급자의 식사를 챙기는 문화다. 단순한 ‘식사 대접’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부하직원의 자율성과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부적절한 관행적 부패행위다. 그런데도 지금껏 수많은 공직 기관에서 조직 내 소통 강화와 경직된 조직문화 완화라는 명분으로 버젓이 관행되어 왔다. 공무원 18.1%가 간부 모시는 날 경험... 대부분 불필요한 행위로 여겨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가 전국 15만여
디지털 시대의 발전은 정보의 공유와 접근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우리는 손끝 하나로 세계의 정보를 얻고, 실시간으로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디지털 환경은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디지털 성범죄다. 이전까지의 성범죄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졌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익명성과 무한한 확산력을 기반으로 한다. 피해자는 얼굴조차 모르는 가해자에게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당하며, 그 피해는 단 한 번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삭제되지 않는 영상과 흔적은 피해자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 2024년 발표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10,305명으로 전년보다 14.7% 증가했다. 피해 영상물 삭제 요청 건수도 30만 건에 달했으며, 그 중 4분의 1은 피해자의 이름,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가 함께 노출된 경우였다. 이는 피해자에게 단순한 수치심을 넘어서 2차, 3차 피해로 연결되는 구조적 고통을 안긴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피해자의 낮은 연령대다. 전체 피해자의 약 80%가 10대와 20대인데, 이 중 10대 피해자가 무려 27.8%에 이
우리 사회에서 성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주제다. 특히 '성폭력'과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자주 혼용되지만, 실제로는 법적 기준과 사회적 인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조직 내 성문제 예방뿐 아니라 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성희롱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노골적인 성적 농담이나 외모 평가, 부적절한 시선,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이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느낀 점'이 판단 기준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가벼운 말이나 행동이라도 상대방이 불쾌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다. 반면 성폭력은 더 심각한 수준의 성적 침해 행위를 의미하며, 강간, 강제추행, 불법 촬영 등 신체적 접촉이나 폭력성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범죄로, 형법과 성폭력처벌법 등 여러 형사법에 의해 강하게 처벌된다. 행위자의 고의성, 위협성, 강압성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두 개념은 다르게 다뤄진다. 성희롱은 주로 민사상 손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를 기념해 우리 정부가 제정한 이 날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권리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의미 있는 날로 자리 잡아왔다.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우리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 날을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고 있는가?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인의 아버지는 지체장애를 지닌 분인데, 지역 구청으로부터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셨다고 한다. 행사에는 체육대회도 함께 진행됐고, 마무리 즈음에는 경품 추첨도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당첨자에게 제공된 선물이 20kg 쌀 포대, 라면 박스, 두루마리 휴지 묶음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품들이었다는 점이다. 행사장에 모인 많은 분들은 휠체어나 지팡이에 의지해 이동하거나,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이었고,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해 행사장에 오신 분들이었다. 당첨이 기쁠 법도 했지만, 정작 선물을 들고 귀가하는 일은 난감하고 큰 부담이 되어버렸다. 일부는 가족에게
우리나라 자살률은 얼마나 높을까?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자살 사망자 수는 총 13,978명이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27.3명, 하루 38.3명, 한 시간에 1.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의미다.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심각한 사회적 경고음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20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자살사망자가 늘면서 우리 사회가 자살문제에 대해 점점 무뎌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뉴스로 자살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사회적 충격과 경각심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일반인은 물론 연예계, 정치계, 경제계 등 각 분야의 유명인 자살 비보에도 예전만큼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반면, 교통사고 또는 화재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 언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실시간 뉴스를 통해 상당한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관심에서 비롯된 경각심 덕분인지 2023년 교통사고 및 화재사고 사망자는 전년도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다. 실제로 2023년 통계를 보면, 교통사고 사망자는 2,551명으로 전년도 2,735명 대비 17% 감소했고, 화재사고 사망자는 284명으로 전
지난 5월 우리 군의 해외 정보 담당 첩보 부대의 최고 사령부인 정보사령부에서 장군 하극상이 발생했다. 별 하나가 별 두 개에 대해 저지른 일이다. 정보사령부는 신호정보를 관장하는 777사령부와 함께 국방부 직할 정보본부로부터 지휘를 받는 부대다. 국방부 감찰 조사 결과, 이 부대 지휘관인 정보사령관의 직속부하에게서 하극상이 발생한 것이다. 욕설은 물론 폭행·협박 혐의가 포착되었고 국방조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너무도 충격적이다. 단순히 계급의 상하 관계를 뛰어넘어 지휘 관계에 있는 부하 여단장이 직속 상관인 사령관에 대해 저지른 일이기 때문이다.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여단장의 정보 활동에 대해 법적 문제를 우려한 사령관의 정당한 지휘 행위에 대한 항명인 것이다. 군에서 일어나는 하극상의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2020년 4월 면담 중이던 현역 상병이 여군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2022년 2월 훈련 도중 중사가 팀장인 상관의 다리를 향해 공포탄을 쏜 사건도 있었다. 2015년 국방위 소속 모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0~2014년 연간 평균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