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면 연출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함께 '일하는 정부'라는 국민적 신뢰감을 얻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국정 철학 중 하나는 바로 ‘안전'이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재난 피해 앞에서, 이제는 단순 복구가 아닌 선제적 예방 중심의 행정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임이 분명해졌다. 재난 발생 후 땜질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시대는 이제 미리 막고 대비하는 ‘적극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철도 이용을 하다보면 열차 도착 지연이 자주 발생하고, 폭우 예보가 있는 경우 배수로 사전 정비, 폭우 시 도심 곳곳에서 도로 통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열차 이용객이나 시민 입장에서는 출근길 불편을 야기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철도 선로 점검, 침수 예방, 인명 피해 방지 조치 등 훨씬 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한순간의 방심이 철도 탈선이나 대형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연과 통제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예방 조치인 셈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하나다. 불편은 일시적이지만, 피해는 영구적이라는 사실이다. 열차 지연이나 도로 우회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히지만, 침수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소중한 가족을 잃는 고통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안전은 불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본질적 가치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어떤 행정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 같은 전환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공직자의 태도다. 공직자는 늘 ‘시민의 안전’과 ‘시민의 불편’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저울에서는 항상 안전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 때로는 민원과 불만이 쏟아질 수 있지만, “오늘의 불편이 내일의 생명을 지킨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그 이유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할 때, 행정에 대한 신뢰는 더욱 견고해진다.
돌이켜보면 대형 참사의 대부분은 “설마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에서 비롯되었다. 반복되는 작은 이상 신호를 무시하거나, 불편을 우려해 조치를 미룬 순간, 위기는 재난으로 번졌다. 반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제적 조치를 취했을 때는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 존재의 이유이자, 공직자의 사명이다.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이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불편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지만, 안전은 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가치다. 그 무게를 잊지 않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 공직자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