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지난해 12월 3일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는 아직도 정치권을 짓누르고 있다. 1년이 지난 같은 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뒤늦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국회 안팎의 반응은 싸늘했다. 현장을 지켜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정말 사과를 하려는 걸까, 아니면 책임을 피하려는 말의 기술만 남은 걸까. 사과의 순간조차 메시지는 엇갈렸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이던 바로 그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 선포를 “의회 폭거에 맞선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입으로는 반성과 책임을 말하면서, 다른 입으로는 계엄의 정당성을 두둔하는 모습. 반성의 ‘의지’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리는 ‘계산’이 더 크게 보인 것.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 말미도 아쉬움이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몰이가 사태를 키웠다는 식의 언급은, 결국 사과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사과의 본질은 자기 책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인데, 회피성 문장이 끼어든 순간 진정성은 힘을 잃었다. 더 큰 문제는 사과의 주체가 돼야 할 사람들, 이른바 ‘친윤계’ 핵심 인사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사1 김기봉 기자 | 최근 발생한 A씨·B씨의 카카오 전환사채 사기 사건은 단순 개인 간 투자 분쟁을 넘어,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있다. 피해자 C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카카오 전환사채를 매개로 접근하며 “특별한 조건으로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설득했지만, 실제로는 약속된 주식이 전달되지 않았다. 더욱이 제출된 서류에는 카카오 법인 인감이 아닌 전혀 관련 없는 회사 인감이 사용되었고, 대표자 명의도 조작되어 있었다. 사문서 위조와 법인 사칭이라는 명백한 범죄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 금액 규모를 넘어, 투자자와 기업 간 신뢰 회복이라는 경제적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정작 약속된 증권을 받지 못한 상황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환사채(CB)와 같은 유가증권 거래는 투자자의 판단과 시장의 효율성에 크게 의존한다. 법인 사칭과 문서 위조가 개입된 사기 사건은 시장 전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합법적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킬 수 있다. 또 이번 사건은 투자 사기 유형이 점점 고도화되고
시사1 장현순 기자 | 쿠팡 고객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밖으로 새어 나간 이번 사태는 그 어느 사건과 비교해도 규모와 충격이 남다르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은 물론 일부 주문내역까지 포함된 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해킹 사고를 넘어 국민 생활 전반을 위협하는 중대 보안 참사다. 싸이월드·네이트 사태, SK텔레콤 정보 유출 사건을 모두 뛰어넘는 역대급 사고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쿠팡 전 직원이 중국 국적을 가진 인물이며, 이미 중국으로 떠났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사건의 심각성이 이 정도라면, 대통령이 중국 정부에 수사 협조와 신병 확보, 국내 송환을 즉각 공식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통제력과 수사 능력을 고려할 때 의지만 있다면 하루 만에도 소재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외교는 단순한 계산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만큼은 ‘신중함’을 이유로 정부의 대응이 늦춰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이 걸린 문제이며, 3천만 명이 넘는 개인
국가법정교육진흥원 대표 하충수 박사 청렴은 공직자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공직자의 청렴은 단순한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 민주주의 전체의 생명선이 된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되지만, 그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반드시 신뢰라는 기반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청렴은 바로 그 신뢰의 토대다. 청렴은 법과 원칙을 그저 지키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진짜 청렴은 법과 원칙만을 지키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권력자의 압력, 이익집단의 유혹, 심지어 대중 여론의 요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편법은 언제나 "이번 한 번만"이라는 말로 유혹한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예외가 원칙의 구멍이 되고, 그 구멍은 점차 커져 결국은 무너진다. 투명한 행정은 결코 편하지 않다. 모든 것을 드러낸다는 건,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자세이기도 하다. 불편함을 피하려다 보면 진실을 감추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공직자는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라 이익집단의 대변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투명성이란 실수를 숨기지 않고, 과정을 설명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다. 결국 그 불편함이 국민의 신뢰를 만든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대부분의 부패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 개의 나라로 쪼개져 있다. 한쪽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의 아파트값을 보며 '영끌'의 절망에 빠져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빈집이 늘어나고 상권이 무너지는 지방의 소멸을 목도하고 있다. 서울의 집값 폭등과 지방의 폭락이라는 극단적인 양극화는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재난'이다.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의 연속이다. 특히 '공급 부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서울 및 수도권에 아파트를 더 짓는 것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 103% 수준(2023년 기준)에 달한다. 문제는 '절대적 공급 부족'이 아니다. 문제는 '서울, 그것도 특정 지역에 대한 투기 수요의 비정상적 집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가 전체의 인구는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프라와 기회가 집중된 서울로의 '쏠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의 부동산은 '거주'의 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는 명백한 시장 실패이며,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얼마 전 미국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의 버니 샌더스 의원이 주도한 보고서 「The Big Tech Oligarchs’ War Against Workers」가 발표되었다. 이는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노동시장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한 경고음이다. 보고서는 기술 혁신의 이익이 지난 수십 년간 극소수 상위층에 집중되고, 이제는 ‘인공지능 노동(artificial labor)’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일자리 대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AI와 로봇의 결합은 단순 반복 노동뿐 아니라 회계, 운전, 고객 서비스 등 중간층 일자리까지 대체할 수 있으며, 향후 10년 내 최대 1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생산성은 150%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지적하며, AI 혁신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강조한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대신, 자본의 집중과 노동의 무력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AI와 자동화를 통해 ‘노동 없는 생산’을 추구하는 것은 산업혁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경제 질서를 바꾸는 ‘인류사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면 연출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함께 '일하는 정부'라는 국민적 신뢰감을 얻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국정 철학 중 하나는 바로 ‘안전'이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재난 피해 앞에서, 이제는 단순 복구가 아닌 선제적 예방 중심의 행정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임이 분명해졌다. 재난 발생 후 땜질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시대는 이제 미리 막고 대비하는 ‘적극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철도 이용을 하다보면 열차 도착 지연이 자주 발생하고, 폭우 예보가 있는 경우 배수로 사전 정비, 폭우 시 도심 곳곳에서 도로 통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열차 이용객이나 시민 입장에서는 출근길 불편을 야기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철도 선로 점검, 침수 예방, 인명 피해 방지 조치 등 훨씬 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한순간의 방심이 철도 탈선이나 대형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연과 통제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예방 조치인 셈이다. 여기서
“말은 곧 사람이며 철학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자주 이 말을 의심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 한 말과 뒤에 하는 말이 달라지고, 책임지지 못할 말들이 쉽게 쏟아지고, 중요한 질문 앞에서는 말을 돌려버린다. 거짓이 진실보다 빨리 퍼지고, 침묵은 무기처럼 쓰인다. 누군가 말한다. 하지만 듣지 않는다. 누군가 설명한다. 하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기적 언어, 비어 있는 말들을 쉽게 뱉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처음의 말과 뒤의 말이 다르며 책임지지 않는 말을 툭툭 던지고 불리하면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며 오직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반복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의지도, 이해할 노력도 하지 않으며 결국 대화는 단절되고, 신뢰는 금이 간다. 이들은 단지 말을 잘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언어를 통해 자신을 포장하거나 은폐하려는 사람들이다. 진실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들은 무얼까?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때로 침묵이 있고, 때로는 계산된 말장난이 있다. 그 사이에는 무책임한 태도, 기회주의적 계산, 공감 능력의 결핍, 철학 없는 말장난이 존재한다. 그들의 말에는 철학이 없고, 비전이 없고, 맥락이 없다. 그리고 그 공허한 말들은, 어느새 진실을
지난 7월, 내게는 특별한 달이었다. 육·해·공 3군의 심장부인 계룡대에서 각 군 수뇌부를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 것이다. 더욱 특별했던 점은 각 군 참모총장들이 직접 참여해 장군단과 함께 조직문화 개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데 있다. 형식이 아닌 실질적 태도의 변화, 그것이야말로 리더십의 출발점임을 실감하는 기회였다. 리더는 말하지 않아도 문화를 만들고, 행동하지 않아도 기준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파워 인플루언서’라 부른다. '공군(육군) 조직문화와 성인지 리더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100분간 이어진 강의에서 내가 가장 강조한 것도 바로 이 ‘파워 인플루언서’인 리더의 책임이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피해자 입장을 이해하는 감수성’이다. 군 조직에서 지휘관은 폭력에 대한 예방–대응–조치 전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지만, 나는 특히 ‘대응과 조치’ 과정에서의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차 피해로 이어지기 쉽고, 이는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절망을 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호의 출발점은 ‘이해’다. 성희롱·성폭력 피해는 성별, 연령, 직업, 외모, 성격과 무관하
요즘 우리는 식당, 영화관, 병원, 심지어 결혼식장에 가서도 ‘키오스크’ 앞에 서게 된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며 주문하고 결제하는 이 무인기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젊은 세대는 “간편하고 빠르다”며 환영하지만, 그 편리함의 그림자에 가려진 이들이 있다. 바로 디지털 전환의 속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고령층이다. 이들은 종종 화면 구성이나 외국어 표현, 터치스크린의 감도에 어려움을 느낀다. 메뉴를 누르는 손끝은 망설이고, ‘잘못 주문할까’ 걱정에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적지 않다. 가게 안이 아니라, 키오스크 앞에서 이미 진입 장벽에 부딪히는 셈이다. 즉, ‘디지털 격차’를 넘어선 ‘암묵적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함에도,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는 구조라면 그것은 결코 ‘혁신’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월21일 ‘디지털 포용법’을 제정하면서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가 기술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AI 사랑방’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아직 제한적이며, 지역 간 격차도 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키오스크의 인터페이스가 업종마다, 브랜드마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