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느 쪽이니, 빨간 쪽이니 파란 쪽이니. 남의 탓을 하지 말아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최백호가 지난 주말 콘서트에서 공개한 신곡 '같은 노래(가제)'의 가사다. 평생을 '낭만 가객'으로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이념 대립을 정면으로 노래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무섭기는 하다"며 발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50년간 쌓아온 이미지에 정치적 오해가 씌워질까 봐 만류한다고 한다. 중립을 지키며 화합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시대.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투표 인증샷의 옷 색깔 하나로 정치 성향을 재단하고, 특정 식당을 가거나 특정 상품을 사는 것만으로도 진영이 나뉘는 사회. 우리는 언제부턴가 '빨강'과 '파랑' 사이에서 중립이라는 선택지를 스스로 지워버렸다. 그 결과 대가급 예술가조차 건강한 비판을 담은 노래 한 곡을 내는 데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백호는 선배 나훈아의 행보에서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나훈아는 과거 공연에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다 문제"라며 정치권 전체를 비판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특정 진영을 옹호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의 물결은 이제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우리가 구축해 온 사회적 신뢰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정교한 사기 행각이 현실에서 피해를 양산하고 있으며, 인간의 직관만으로는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다. 인간이 시각 정보에 의존해 온 오랜 역사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은 더이상 공허한 격언이다. 이제는 그야말로 백견불여일확(百見不如一確)이다. 이러한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신뢰의 공백 속에서, AI는 물리적 실체를 갖춘 피지컬 AI의 형태로 현실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위험한 업무를 대체하고, 자율주행과 가정용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로봇의 등장은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 세계의 주체로 자리매김했음을 선언한다. 글로벌 경쟁 구도는 이미 치열하다. 중국은 방대한 시장 규모와 실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도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는 국가 산업 주권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며,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한 시급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그러나 한국에게는 명확한 기회가 존재한다. 우리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국가법정교육진흥원 대표 하충수 박사 어제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한 주부의 사연을 접했다. 지인에게 가전제품과 명품 구매 캐시백 사기를 당한 그는 변호사 선임비 150만 원이 부담스러워 소송을 망설이다가, 답답한 마음에 AI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는 법률 판단과 함께 증거 수집 방법, 타임라인 구성을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핵심 증거와 보조 증거를 구분해주었고, 고소장 작성까지 도왔다. 5개월 후, 그는 승소했다. 변호사 없이. 이 사연이 알려지자 "이제 변호사가 정말 필요 없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 사례는 AI 시대 법률 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법률 업무를 일반인이 AI의 도움으로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리걸테크(Legal Tech)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계약서 자동 작성, 판례 검색, 소송 결과 예측, 법률 상담까지. 과거 변호사들이 밤을 새워 하던 일을 AI는 몇 초 만에 처리한다. 단순 법률 자문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대형 로펌들은 신입 변호사 채용을 줄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위기다. 하지만 이 변화의 본질은 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미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가 폐 손상 등 심각한 질환을 초래했지만, 피해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2011년 역학조사에서 인과관계가 확인된 이후에도 정부 대응은 한계가 명확했다. 특정 질환 중심의 구제, 제한적 배상, 단일 부처 중심의 대응 체계는 피해자들의 불신과 좌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은 달라진 국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가가 공동 책임을 지고, 기업과 함께 배상 체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며, 단순한 치료비 지원을 넘어 생애 전주기적 맞춤 지원에 나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피해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배상금 수령 방식, 장기 소멸시효 폐지, 치료비 대납과 휴가 보장 등 세부 조치들은 과거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범부처 협업과 전문성 강화다. 학령기 청소년의 학교 배정, 대학 등록금 지원, 국방과 사회복무 지원 등 실질적 지원과 더불어, 건강 모니터링 확대와 인과관계 연구를 통한 장기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조직
국가법정교육진흥원 대표 하충수 박사 청렴은 공직자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공직자의 청렴은 단순한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 민주주의 전체의 생명선이 된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되지만, 그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반드시 신뢰라는 기반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청렴은 바로 그 신뢰의 토대다. 청렴은 법과 원칙을 그저 지키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진짜 청렴은 법과 원칙만을 지키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권력자의 압력, 이익집단의 유혹, 심지어 대중 여론의 요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편법은 언제나 "이번 한 번만"이라는 말로 유혹한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예외가 원칙의 구멍이 되고, 그 구멍은 점차 커져 결국은 무너진다. 투명한 행정은 결코 편하지 않다. 모든 것을 드러낸다는 건,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자세이기도 하다. 불편함을 피하려다 보면 진실을 감추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공직자는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라 이익집단의 대변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투명성이란 실수를 숨기지 않고, 과정을 설명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다. 결국 그 불편함이 국민의 신뢰를 만든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대부분의 부패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 개의 나라로 쪼개져 있다. 한쪽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의 아파트값을 보며 '영끌'의 절망에 빠져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빈집이 늘어나고 상권이 무너지는 지방의 소멸을 목도하고 있다. 서울의 집값 폭등과 지방의 폭락이라는 극단적인 양극화는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재난'이다.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의 연속이다. 특히 '공급 부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서울 및 수도권에 아파트를 더 짓는 것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 103% 수준(2023년 기준)에 달한다. 문제는 '절대적 공급 부족'이 아니다. 문제는 '서울, 그것도 특정 지역에 대한 투기 수요의 비정상적 집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가 전체의 인구는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프라와 기회가 집중된 서울로의 '쏠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의 부동산은 '거주'의 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는 명백한 시장 실패이며,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얼마 전 미국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의 버니 샌더스 의원이 주도한 보고서 「The Big Tech Oligarchs’ War Against Workers」가 발표되었다. 이는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노동시장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한 경고음이다. 보고서는 기술 혁신의 이익이 지난 수십 년간 극소수 상위층에 집중되고, 이제는 ‘인공지능 노동(artificial labor)’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일자리 대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AI와 로봇의 결합은 단순 반복 노동뿐 아니라 회계, 운전, 고객 서비스 등 중간층 일자리까지 대체할 수 있으며, 향후 10년 내 최대 1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생산성은 150%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지적하며, AI 혁신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강조한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대신, 자본의 집중과 노동의 무력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AI와 자동화를 통해 ‘노동 없는 생산’을 추구하는 것은 산업혁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경제 질서를 바꾸는 ‘인류사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
매년 전국 곳곳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지역 축제와 행사는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주민 참여를 유도하며, 때로는 관광 수입까지 노리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의 장’이 유지되기 위해 희생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다. 겉으로 보기엔 자발적 협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무리한 요구가 따른다. 최근 논란이 된 울산 남구의 ‘고래축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무려 217명의 내빈을 일대일로 의전하기 위해 300여 명의 공무원이 배치됐고, 이들은 평일 저녁과 주말까지 시간을 반납해야 했다. 그 대상은 시장, 국회의원뿐 아니라 향우회 회장, 상인회 회장, 어린이집연합회 단장 등 민간 단체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었다. 사실상 ‘인형처럼 붙여 세운’ 전시 행정이 아니고서야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의전이 개인의 시간을 침해한다는 데 있다. 공무원도 직장인이며,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녀다. 공적 명분 아래 사생활이 침해되고, 가족과 보내야 할 저녁과 주말이 일방적으로 소진되는 구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공무원 사회의 피로와 자괴감을 키워왔다. 실제로 일선에서는 “공무원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 섞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면 연출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함께 '일하는 정부'라는 국민적 신뢰감을 얻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국정 철학 중 하나는 바로 ‘안전'이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재난 피해 앞에서, 이제는 단순 복구가 아닌 선제적 예방 중심의 행정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임이 분명해졌다. 재난 발생 후 땜질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시대는 이제 미리 막고 대비하는 ‘적극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철도 이용을 하다보면 열차 도착 지연이 자주 발생하고, 폭우 예보가 있는 경우 배수로 사전 정비, 폭우 시 도심 곳곳에서 도로 통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열차 이용객이나 시민 입장에서는 출근길 불편을 야기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철도 선로 점검, 침수 예방, 인명 피해 방지 조치 등 훨씬 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한순간의 방심이 철도 탈선이나 대형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연과 통제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예방 조치인 셈이다. 여기서
“말은 곧 사람이며 철학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자주 이 말을 의심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 한 말과 뒤에 하는 말이 달라지고, 책임지지 못할 말들이 쉽게 쏟아지고, 중요한 질문 앞에서는 말을 돌려버린다. 거짓이 진실보다 빨리 퍼지고, 침묵은 무기처럼 쓰인다. 누군가 말한다. 하지만 듣지 않는다. 누군가 설명한다. 하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기적 언어, 비어 있는 말들을 쉽게 뱉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처음의 말과 뒤의 말이 다르며 책임지지 않는 말을 툭툭 던지고 불리하면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며 오직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반복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의지도, 이해할 노력도 하지 않으며 결국 대화는 단절되고, 신뢰는 금이 간다. 이들은 단지 말을 잘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언어를 통해 자신을 포장하거나 은폐하려는 사람들이다. 진실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들은 무얼까?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때로 침묵이 있고, 때로는 계산된 말장난이 있다. 그 사이에는 무책임한 태도, 기회주의적 계산, 공감 능력의 결핍, 철학 없는 말장난이 존재한다. 그들의 말에는 철학이 없고, 비전이 없고, 맥락이 없다. 그리고 그 공허한 말들은, 어느새 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