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충수의 세상을 밝히는 힘(21)] 우리나라 남성 자살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2011년 인구 10만 명당 31.7명이라는 역대 최악의 정점을 지나 서서히 감소하는 듯했으나, 여전히 OECD 압도적 1위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게다가 2024년에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심각한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살자 수는 인구수와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로 나타낸다. 최근 10년간 자살자 수를 살펴보면 2017년 24.3명으로 최저점을 찍고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코로나 이후 2022년 25.2명으로 잠깐 감소했다가 2024년에는 29.1명으로 늘었다.

 

단순히 연간 자살자 수만 보더라도 최근 5년간 2021년 13,352명, 2022년 12,906명, 2023년 13,978명, 2024년 14,872명, 2025년 13,774명이다.

 

이 중에서도 남성들의 자살률이 눈에 띈다. 실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성별 격차도 가장 큰 편인데 지난 10년간 줄곧 남성 자살률이 여성 자살률에 비해 2~3배로 높았다. 특히 노년 남성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4년에는 남성이 41.8명으로 여성 자살률 16.6명 보다 무려 2.5배를 넘어섰다.

이러한 결과는 단편적이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첫째, 남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규범이다.

남자는 “힘들어도 참아야 해”, “울면 안 돼”식의 감정 표현 억제 또는 도움 요청을 덜 하는 문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상담·정신과 이용률을 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적게 나타나며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20년 자살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살 생각 경험자 중 전문가(의사, 상담사 등)에게 상담을 받은 비율은 여성(22.6%)이 남성(13.1%)보다 높다. 위기는 더 크게 겪지만 도움은 덜 요청한다는 결론이다

둘째는 경제적 책임에 대한 압박이다

이는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한국 사회에서 특징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데, 통상적으로 남성에 대한 가장 역할 기대가 크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실직·사업 실패로 자존감이 급락하고 중장년 남성 자살률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40~60대 남성의 경우 자살 고위험 집단으로 분류되는데, 경제적 위기가 오는 시기도 이때이며 이는 정체성 위기로도 연결된다,

셋째, 치명적인 방법 선택의 차이에 있다.

이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현상인데, 남성은 치명성이 높은 방법을 선택한 비율이 높은 반면, 여성은 상대적으로 구조 가능성이 높은 시도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시도율은 여성도 높을 수 있으나 사망률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넷째, 사회적 관계망 차이가 있다.

여성은 친구·가족·정서 네트워크를 다양하게 유지하는 반면, 남성은 퇴직 후 관계가 급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직장 중심 인간관계 구조가 은퇴 이후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립감은 강력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섯째, 음주 문화 영향이다.

평균적으로 여성에 비해 남성 고위험 음주율이 훨씬 높다. 알코올은 충동성을 증가시키고 우울감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통계에 따르면 실제 자살 사망자의 1/3 이상이 음주 상태였고 응급실에 방문한 자살 시도자의 절반 이상 또한 음주 상태였다.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사회 구조, 문화적 기대, 경제 환경, 관계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남성 자살 문제는 ‘강해야 한다’는 규범과 ‘무너지면 혼자가 되는 구조’가 동시에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자살률 감소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상담 확대만이 아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실패 이후에도 사회적 역할을 재구성할 수 있는 안전망, 그리고 고립되지 않는 공동체 구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