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규탄, 지금은 절제…정부, 對日 대응 구설수

시사1 박은미·김아름 기자 | 정부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표기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공식 항의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의 대일 외교 태도를 둘러싼 ‘이중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외교부는 전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억지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역사 인식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외교부는 해당 교과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문제에서 강제성을 희석하는 등 왜곡된 서술을 포함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입각해 역사교육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교부는 이날 마쓰오 히로타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교육부 역시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교과서 시정을 요구했다.

 

앞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7년도부터 사용할 고등학교 교과서 심사 결과를 확정했으며, 정치·경제와 지리탐구 교과서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독도 영유권 주장이 반영됐다. 역사 교과서에서는 징용과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약화하는 서술이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정치권에서는 정부 대응의 ‘온도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윤석열 정부 당시 강경 대응을 요구했던 현 여당 인사들이 지금은 조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 기조를 비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윤석열 정부 때 주요 현안마다 발목을 잡던 민주당 인사들이 지금 상황에서는 왜 외교·교육 책임자 퇴진론을 말하지 못하느냐”며 “선택적 침묵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은 여당이 야당 시절 일본 관련 현안에서 보여왔던 강경 기조와 현재 정부 입장 사이의 차이를 겨냥한다. 과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당시 당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거리 집회와 단식 농성, 국제기구 서한 발송 등을 이어가며 강도 높은 비판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라며 일본을 강하게 규탄했던 발언과 달리, 정권 출범 이후 정부의 메시지는 국제 기준 존중과 공조를 강조하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외교 현실을 반영한 정책 조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야당 시절의 공세적 언어와 현재의 신중한 대응 사이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일본 교과서 검정을 둘러싼 역사·영토 갈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와 정치권의 공방 역시 향후 한일 관계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