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제도 신뢰가 필수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국정 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 거래 근절, 중복상장 구조 개혁을 통해 국내 증시를 ‘프리미엄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은 방향성 자체로는 타당하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일관성이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실적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이라도 해외 시장 대비 낮은 가치 평가를 받아온 배경에는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대통령이 지적했듯 지배구조 불투명성, 경영권 남용 논란, 반복되는 주가조작 사건,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환경은 오랜 기간 투자자 신뢰를 훼손해 왔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국내 제도와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에서 개혁 필요성은 분명하다.

 

특히 주가조작에 대해 ‘패가망신 수준’ 처벌을 언급하며 부당이익 전액 환수와 신고자 보상 확대를 제시한 것은 시장 질서 확립 측면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다.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 시장으로 평가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불공정 거래에 대한 낮은 처벌 강도와 반복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수익보다 공정성을 먼저 본다. 처벌 강화가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실제 판례와 집행으로 이어질 때 시장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중복상장 문제를 ‘비정상적 구조’로 규정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 구조는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 논란을 반복적으로 낳으며 한국 시장 할인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다만 제도 개선 과정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과 산업 경쟁력까지 위축시키지 않는 정교한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규제 강화가 곧 시장 선진화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접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지정학적 리스크의 과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일리가 있지만, 시장은 정치적 평가보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위험의 존재 자체보다 정책 방향이 정권 변화에 따라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다. 자본시장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초당적 합의와 장기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겠다는 구상 역시 자본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목표다. 그러나 이는 증시 부양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수익성과 배당 정책, 주주환원 문화, 연금과 기관투자자의 역할 개선 등 시장 전반의 체질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일 정책으로 해소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강한 발언보다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규칙, 일관된 집행, 그리고 시장 참여자 모두가 납득할 공정한 시스템이다. 이번 개혁 드라이브가 또 하나의 정책 구호로 끝날지,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결국 정부가 얼마나 꾸준히 제도를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