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제라는 파도 너머, ‘기술 주권’ 심해(深海) 봐야

최근 중동 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현대 전쟁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수천만 원짜리 자폭 드론 한 대를 막기 위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요격 미사일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은, 아무리 경제력이 강한 국가라도 장기적인 소모전 앞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이 같은 ‘가성비의 역설’ 속에서 대한민국이 개발한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Block-I)’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발당 약 2000원 수준의 경제성을 갖춘 이 무기는 기존 요격 체계의 비용 구조를 뒤흔들며, 단순한 무기 개발을 넘어 ‘경제적 국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조차 본격 실전 배치에 신중한 분야를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크다.

 

기술은 곧 국력이다. 그리고 첨단 기술의 핵심에는 언제나 ‘보안’이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기술 패권국들은 자국의 전략 기술을 철저히 보호해 왔다. 미국이 세계 최강 전투기로 평가받는 F-22 랩터를 단 한 대도 수출하지 않고, 기술 유출 우려 속 조기 단종까지 감행한 사례는 첨단 기술이 단순한 상품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임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는 ‘상온 상압 초전도체’ 역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손실이 사실상 없는 이 기술이 현실화될 경우 전력망, 반도체, 의료, 우주항공, 국방산업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고출력 레이저 체계와 결합할 경우 미래 방어 기술의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국가 전략적 가치가 큰 기술이라면 단기 수익이나 시장 논리에 앞서 철저한 기술 보호와 고도화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온 상압 초전도체 연구를 둘러싼 국내 연구기관들은 외부 협업 요청과 각종 투자 압박 속에서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기술 완성도 제고에 집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폐쇄성이 아니라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

 

기술을 둘러싼 유혹과 압박 속에서도 연구개발의 본질을 지키는 자세는 과학자의 또 다른 애국이라 할 수 있다. 전장에서 군인이 나라를 지킨다면, 연구실에서 과학자는 기술로 국가의 미래를 지킨다.

 

혁신 기술의 진정한 힘은 단순한 발표가 아니라 권리화에서 드러난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 관련 기술은 이미 유라시아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특허 승인을 받았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심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특허 승인과 신규 출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나 가능성이 아니라, 법적 보호를 받는 ‘기술 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은 개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특허라는 법적 방패를 두를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으로 기능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은 보이지 않는 ‘기술 영토’를 세계 곳곳에 넓혀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으로 꼽히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A주는 한 주당 10억 원을 웃돈다. 이는 오랜 시간 축적된 자본 효율성과 시장 신뢰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인류 산업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거론되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국내 관련 기업들의 가치는 시장에서 여전히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이 격차는 기술력의 부족이라기보다, 혁신 기술이 대중과 시장의 신뢰를 얻기까지 필요한 ‘숙성의 시간’ 때문일 수 있다.

 

모든 혁신은 처음엔 의심받는다. 그리고 국가 전략 기술은 완전히 증명되기 전까지 때로 침묵 속에 보호된다. 시장이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산, 우주, 양자컴퓨팅 등 국가 전략 산업 역시 긴 검증과 신뢰 축적의 시간을 거쳐 오늘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혁신 기술이 산업 인프라로 안착하는 순간, 시장의 평가는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결국 기술 주권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경제의 단기 흐름과 시장의 등락은 파도처럼 흔들리지만, 기술은 그 아래 훨씬 깊은 심해에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기술이 완성되고 시장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지금의 침묵은 가장 강력한 증명이 될 것이다. 자본 시장은 결국 실질적 가치를 따라가며, 기술 고도화가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 그 가치는 정당하게 재평가받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니라 통찰이다.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차분히 지켜보는 안목이다. 인고의 시간 끝에 우리가 마주할 것은 단순한 숫자의 상승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가 되는 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