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형량이 2년 늘었다. 내란전담재판부가 내린 첫 항소심 판단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판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법원은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행위,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수사 방해,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허위 프레스 가이던스 전파 등 일련의 행위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은 1심에서 일부 무죄였던 혐의까지 상당 부분 뒤집었다. 이는 단순한 법리 해석의 차원을 넘어, 국가 최고 권력자의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본 결과로 읽힌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헌법과 법치를 지켜야 할 자리다. 그런데 오히려 국가 권력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고, 제도적 절차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의혹이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됐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법 집행의 최종 책임자가 법 위에 군림하려 했다면 그 자체가 심각한 국정 농단이다. 특히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경호처를 동원했다는 대목은 국가 권력이 사적 방패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권력은 특정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더구나
정치권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관리 부실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현직 권력 핵심 인사들이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전체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때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감사원의 코로나19 대응 실태 감사에서 비롯됐다. 감사 보고서에는 백신 이물질 신고 1285건,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 접종 2703명 등의 문제가 담겼다. 특히 질병관리청이 이물 신고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하지 않았고 동일 제조번호 백신에 대한 신속한 접종 보류 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방역 행정에서 관리 부실이 있었다면 철저한 진상 규명은 당연하다. 단 수사는 어디까지나 사실과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 자체로 큰 정치적 파장을 동반하는 만큼 더욱 엄정하고 신중해야 한다. 정치 보복이라는 의심을 남겨서도 안 되고,
반도체·자동차·철강·물류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이들 산업에서 잇따르는 노사 갈등과 파업 움직임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드는 중대한 위험 요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갈등, 현대자동차의 임단협 충돌, 철강업계의 파업 가능성, 물류 현장의 불안까지 산업 전반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산업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이 멈추면 전자산업이 흔들리고, 철강 공급이 막히면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는다. 물류가 멈추면 모든 산업이 멈춘다. 하나의 파업이 연쇄 충격으로 번지는 구조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와 보상 요구는 존중받아야 한다. 기업의 성과가 노동 현장의 노력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의 극한 대치는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생산 중단은 곧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한 번 떠난 고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성과를 노동자와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단순한 경호 사고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 대피했고, 이번 사건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직접적인 암살 시도로 의심된다. 정치 지도자를 향한 총구는 결국 한 국가의 헌정 질서와 시민사회를 겨누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세 차례나 직접적인 총격 위험에 노출됐다.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 현장에서 실제 총격을 받아 귀에 관통상을 입었고, 같은 해 9월 플로리다 골프장에서도 무장한 용의자가 체포됐다. 여기에 이번 백악관 만찬 총격까지 더해졌다.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 이처럼 짧은 기간에 특정 정치 지도자가 반복적으로 암살 위협에 노출된 사례는 드물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힐튼 호텔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암살 시도가 벌어진 장소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역사는 반복되고, 정치적 증오와 극단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미 수많은 대통령 암살의 비극을 겪었다. 링컨, 가필드, 매킨리, 케네디 대통령은 재임 중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총격은 단지 한 사람의 생명을 빼
SK하이닉스가 내놓은 1분기 실적은 단순한 ‘호실적’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 순이익 40조3459억원이라는 숫자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영업이익률 72%라는 기록은 한국 제조업 역사에서 사실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매출 1만원 중 7200원이 영업이익으로 남는 구조는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는 물론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이 같은 성과는 단순한 경기 회복이나 일시적 업황 반등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 속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서버용 D램,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수익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된 결과다. 이는 메모리 산업이 기존의 경기순환형 산업에서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이 이를 ‘새로운 시장구조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 기술 진화의 방향이다. 생성형 AI를 넘어 실시간 추론 중심의 ‘에이전틱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메모리 수요는 D램에만 머물지 않고 낸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HBM4, LPDDR6, SOCAMM2 등 차세대 제품의 양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셀트리온이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반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을 본격화하며 ‘신약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기업 성과를 넘어 한국 바이오 산업 전반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산업은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입증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쌓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자체 신약 개발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 점에서 셀트리온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ADC는 항체의 표적 치료 능력과 항암제의 세포 사멸 효과를 결합한 차세대 치료 기술로,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셀트리온이 복수의 후보물질을 동시에 임상 단계에 올리고, 여기에 다중항체 파이프라인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점은 기술적 자신감과 전략적 의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의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글로벌 규제 환경 속에서 신속한 임상과 상업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은 국내 기업들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방미 일정은 외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외교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야당 대표의 해외 행보라면 더더욱 국익에 대한 신중함과 책임감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방미는 그 기본을 충족했는지부터 의문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성과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미국 정·관계 인사들과의 ‘핫라인 구축’을 강조했지만, 정작 누구를 만났는지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외교적 관례를 이유로 들었지만, 정당 외교에서 면담 대상은 신뢰의 출발점이다. 이름도, 직책도 공개하지 못하는 접촉을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증되지 않는 성과는 외교가 아니라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발언의 내용이다. 타국에서 자국 정부의 외교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행위는 신중했어야 했다. 외교 무대는 국내 정치의 연장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간이다.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외부에서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자국 정부를 ‘참사’로 규정하는 발언은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 측 인사들의 우려를 전달했다는 주장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청년들이 일터를 떠나 ‘쉬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단순한 경기 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의 신호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은 20만명을 넘어섰고,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청년층이 노동시장 입구에서부터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고학력 청년일수록 ‘쉬었음’ 상태에 머무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취업 준비 기간으로 설명되던 공백이 이제는 장기화되고, 아예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미루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 구조, 그리고 심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고, 안정성과 복지 수준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청년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기다리며 구직을 유보하는 이유다. 여기에 정년 연장 등으로 기존 일자리가 고령층에 더 오래 유지되면서 신규 채용의 문은 좁아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층에 전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중동 정세 안정, 특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제시한 것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얼마나 지정학적 변수에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통화정책은 본래 물가와 고용이라는 내부 경제 지표를 중심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전쟁과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금리 정책의 방향을 제약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은 이러한 ‘외부 변수 의존형 통화정책’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여부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군사·외교적 상황에 좌우된다. 다시 말해 연준이 아무리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하더라도, 정책 결정의 중요한 축이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이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금융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성급한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기도 어렵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완화 정책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반대로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할 경우 고용과 성장에 부담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책 경쟁도, 비전 대결도 아니다. 집권당은 공천을 둘러싼 내홍에 빠졌고, 제1야당은 선거를 앞두고도 전열조차 정비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어느 한쪽도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 본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북지사 경선에서 탈락한 안호영 의원은 이원택 의원의 ‘식사비 3자 대납 의혹’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당 감찰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승복 대신 장외 투쟁을 택한 것이다. 여당 내부가 이처럼 혼탁한 이유는 결국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안일한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미 승리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오만이 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크게 앞서며 전국 주요 지역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마저 민주당 후보 우세 전망이 나올 정도다. 민주당이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야당이 아니라 내부의 자만이다. 정책보다 자리 다툼이 우선되는 순간 정당은 민심보다 권력에 더 민감해진다. 국민의힘 상황은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