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설치했던 관리플랫폼을 이동 조치한 것을 두고 정부가 ‘의미 있는 진전’이라 평가한 것은 외교적 성과로 볼 수 있다. 그간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제기해온 문제의식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곧바로 신뢰 회복이나 갈등 해소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성급하다. 서해는 여전히 한중 간 해양 안보와 주권 문제가 교차하는 고위험 공간이며, 안보 태세는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 잠정조치수역은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민감한 해역으로, 어느 일방도 현상 변경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전제돼 있다. 중국의 구조물 설치는 이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한 사례였다. 이번 이동 조치 역시 우리 측 문제 제기에 대한 ‘부분적 조정’일 뿐, 재발 방지에 대한 제도적·정치적 보장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은 ‘자체 수요에 따른 이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책임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이는 향후 유사한 구조물이 다시 설치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해석 여지를 남긴다. 실제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도 단계적 조치와 기정사실화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온 전례가 있다. 서해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7일 오후 평양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수 발을 쏘아 올렸다. 올해 들어 두 번째이자, 지난 4일 이후 23일 만의 도발이다. 우리 군은 미·일과 정보를 공유하며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무력시위가 주는 안보 불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발사는 시점부터 예사롭지 않다. 내달로 예상되는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북한은 중요한 정치 일정이나 대외 환경 변화의 국면마다 미사일을 협상 카드이자 위협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군사 도발을 통해 체제 결속과 국제적 주목을 동시에 노리는 익숙한 패턴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미국 국방부 핵심 인사의 방한·방일 일정과 정확히 겹쳤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보 브레인’으로 불리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최근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하며 한미동맹 현안과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은 이러한 움직임을 의식한 듯, 한미일 공조 체제에 균열을 가하려는 메시지를 미사일로 던진 셈이다. 북한의 계산은 분명하다. 한미 간
LS그룹이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에식스)의 상장을 철회했다. 소액주주 반발이 장기간 이어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기업 전략의 변화라는 차원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중복상장은 기업이 자금 조달과 가치 제고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문제와 가치 희석 우려가 상존한다. 에식스가 상장될 경우 LS와 에식스가 일직선으로 동시에 상장되는 구조가 된다. 소액주주들은 ‘모회사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를 표하며 상장 철회를 요구했고, LS는 이에 대응해 공모주 우선 배정 방안까지 제시했으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시장의 신뢰가 상장 추진의 전제 조건임을 LS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정부 메시지가 시장에 실질적 파급력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와 여당이 중복상장 문제를 경고한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하자 기업은 곧바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정책이 단순한 언론 메시지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정치는 명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분열이 아닌 결집에서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공식 제안한 것은 단순한 선거 공학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내란 극복, 국가 정상화, 그리고 구조 개혁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개혁의 속도와 완성도는 국회와 지방권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6·3 지방선거는 그 분기점이다. 이 선거에서 개혁 진영이 분열된 채 경쟁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정 운영의 동력 약화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미 사실상 하나의 정치적 공동체다. 두 당은 윤석열 정권에 맞서 함께 싸웠고, 12·3 비상계엄이라는 헌정 위기를 공동으로 극복했으며, 이재명 정부 출범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대선을 함께 치렀다. 가치와 목표,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면 ‘따로 또 같이’의 단계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등 핵심 지역에서 같은 지지층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는 개혁 진영 전체에 독이 된다. 표의 분산은 곧 보수 진영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고, 이는 개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을 두고 유럽 사회에서 반발이 거세다. 덴마크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이 힘의 논리로 국제질서를 흔든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그러나 감정적 반발에 앞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그린란드의 안보 공백을 누가 책임져 왔으며, 앞으로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그린란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중·러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북극 항로의 개방, 희토류를 포함한 막대한 자원, 미사일 조기경보 체계와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그린란드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덴마크는 형식적 주권을 유지해 왔을 뿐, 실질적인 군사·안보 역량을 충분히 투입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토 동맹 차원에서 보더라도 문제는 명확하다. 미국은 수십 년간 유럽 안보의 핵심 부담을 떠안아 왔고, 그린란드 역시 사실상 미군 기지와 방어 체계에 의존해 왔다. 덴마크가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에 실질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제는 완수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제국주의적 야욕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 물론 영토 병합이라는 표현은 유럽의 역사적
최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특별검사가 사형을 구형한 것을 두고, 국민 10명 중 6명이 “적절하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리얼미터,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결과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전직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헌정 질서 훼손 행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사형 구형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58%를 넘었다는 점은 전례 없는 결과다. 특히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과 사형이라는 최고형이 맞물린 사안임에도, 다수의 국민이 엄중한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형 구형을 지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정치적 진영 논리를 넘어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정 수준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단 이와 동시에 사형제 존폐 문제는 여전히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과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일본 나라현 호류지를 함께 시찰한 장면은 상징성이 적지 않다. 백제의 영향을 받아 고대부터 이어져 온 한·일 문화 교류의 흔적을 직접 마주하며 두 정상이 친선을 나눈 것은, 양국 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호류지는 일본 불교문화의 출발점이자, 한반도와 일본 열도 간 교류의 깊이를 증명하는 공간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이곳에서 악수를 나누고,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 모습은 외교적 수사보다 더 직관적으로 관계의 온도를 보여준다. 특히 일본 측이 일반 공개되지 않는 금당벽화 원본까지 공개한 것은 이번 방문에 담긴 의미를 분명히 한다. 상대국 정상에 대한 예우이자, 과거를 넘어 미래를 함께 바라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양국 정상은 짧은 일정 동안 세 차례나 악수를 나눴다. 형식적인 의전 이상의 장면이었다. 정치·외교 현안이 아무리 복잡해도, 결국 국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역사 인식과 국익이라는 무거운 과제 속에서도, 신뢰와 존중이 외교의 출발점임을 보여준 순간이다. 물론 상징적 장면만으로 한·일 관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과거사, 안보, 경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결국 현실이 됐다. 노사 간 임금 협상이 끝내 결렬되며 시민들의 출근길과 일상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지만, 이는 근본 해법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파업을 하루라도 빨리 매듭짓고, 시민의 발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시내버스는 서울 교통체계의 중추다. 지하철 증편과 셔틀버스 운행으로 일정 부분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버스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출퇴근 시간대 혼잡, 교통약자의 이동 제한,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시간 손실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노조의 권익 주장과 처우 개선 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노동 조건 개선은 정당한 권리이며, 교섭을 통해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공공성이 강한 교통 서비스의 특성상, 파업은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이미 시민 불편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추가 협상 일정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현재의 교착 상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측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주장만으로는 협상 결렬의 책임을 모두 덜 수 없다. 노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가 최소 538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시민의 항의에 대한 국가의 응답은 대화가 아니라 총탄이었고, 비판에 대한 해법은 개혁이 아니라 인터넷 차단이었다. 이는 단지 한 권위주의 국가의 비극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부재한 사회가 어떤 결말로 향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위의 발단은 경제난이었다. 통화 가치 폭락과 생계 위기에 몰린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권력이 선거로부터 정당성을 얻지 않고, 시민의 동의가 아닌 강압으로 유지될 때, 불만은 언제나 ‘치안 문제’로 치환된다. 이란 당국이 선택한 무차별 진압은 자유로운 정치적 경쟁과 권력 교체의 통로가 막힌 사회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대응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단순히 선거를 치르는 데 있지 않다. 권력이 시민으로부터 나오고, 잘못된 정책에 대해 시민이 비판하고 교체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존재하는 데 있다.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폭력적 붕괴를 막는 ‘안전밸브’다. 이란에서 그 안전밸브는 오래전에 제거됐다. 팔레비 왕세자의 귀국 가능성 발언은 체제 전환의 해법이 될 수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이 파행 끝에 연기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장시간 서류증거 조사로 핵심 절차가 지연됐고, 결국 구형과 최후진술은 추가 기일로 넘어갔다. 헌정질서를 뒤흔든 사건의 마지막 절차가 흐트러진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정당은 침묵을 택했다. 윤석열 정부를 배출한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심 공판 지연과 관련해 공식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대응 미숙이 아니라 의도된 침묵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이 구형됐을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같은 태도를 보였다. 현안에는 수시로 논평을 내던 정당이, 전직 대통령의 중형 구형과 내란 재판이라는 중대 사안 앞에서는 입을 닫았다. 책임정당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매인 집단의 모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침묵이 최근 장동혁 대표의 ‘사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쇄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계엄을 옹호해 온 인사들의 당내 활동은 제지되지 않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