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내홍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대구·경북(TK) 통합특별법안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공개 충돌로 번지며 지도부와 중진 의원간 감정싸움 양상까지 드러났다. 지방선거를 불과 석 달여 앞둔 시점에서 제1야당이 보여준 모습이라고 보기엔 무책임하고 초라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법안 처리 실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당 지도부는 법안 보류의 경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고, 지역 중진들은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질타했다. 원내대표가 거취까지 언급하며 맞서는 장면은 리더십의 균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략 부재와 소통 실패가 겹친 결과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장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계파 갈등, 인적 쇄신 문제 등 핵심 현안마다 국민의힘은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노선과 비전 대신 인물과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반복되면서 당의 존재 이유마저 흐려지고 있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이해를 통합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은 갈등을 수습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이다. 지역 민심을 의식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가, 다시 수습에 나서는 어정쩡한 태도는 오히려 신뢰를 더 깎아내린다. ‘텃밭’이라는 이유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정치가 과연 전국 정당의 책임 있는 자세인지 돌아봐야 한다.
야당의 역할은 분명하다. 정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민의힘은 견제도, 대안도 아닌 내부 다툼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정책 메시지는 희미하고, 계파 갈등만 또렷하다. 이런 상태로는 어떤 선거 전략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지도부는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입장과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중진들 역시 공개적 충돌 대신 당내 절차를 통한 문제 제기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 경쟁력이다. 내부 권력 다툼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공세가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성찰이다. 분열과 무능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면, 유권자의 심판은 냉혹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