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정부·민주노총 첫 만남이 기대되는 까닭

이재명 대통령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와 취임 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대화와 협력만이 상생의 미래를 여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메시지는 원론적이지만, 그 자체로 지금의 노동 갈등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언이 실제 제도 변화와 사회적 합의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노동시장 격차, 산업 구조 전환, 인공지능(AI) 확산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다.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노동계·기업·정부 간 신뢰와 협력은 필수 조건이다. 특히 그간 사회적 대화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어왔던 민주노총과의 관계 설정은 향후 노동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실제 참여는 별개의 문제다. 사회적 대화는 단순한 만남이나 메시지 교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의제를 놓고 서로 양보하고 책임을 나누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가 ‘열린 자세’를 강조한 만큼, 노동계 역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며 협상 테이블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노동 존중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장 이중구조,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고용 불안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 실행 가능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기업 부담만을 강조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균형 잡힌 조정과 설득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만남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 협력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사회적 대화 복원 여부는 결국 ‘성과’로 판단받는다. 공허한 선언에 그친다면 기대는 빠르게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이제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