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쓸 기사가 없다”…야당 출입 기자들의 하소연

시사1 박은미 기자 | 요즘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묘한 하소연이 돌고 있다. 여당 출입 기자들은 일정과 메시지가 넘쳐 기사 선별에 고민하지만, 야당 출입 기자들은 정반대의 이유로 힘들다는 이야기다. “쓸 만한 기사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부에서 ‘기사 거리’는 단순한 취재 소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당의 방향, 전략, 갈등, 변화, 메시지 등이 끊임없이 생산될 때 정치 뉴스는 살아 움직인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을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도부 일정을 보면 기사 한 꼭지를 건지기 어렵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공식 일정은 있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희미하고, 논쟁은 있으나 정책 방향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쇄신, 노선, 책임론 등 굵직한 의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지만, 이를 둘러싼 결론이나 전략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지도부 발언은 내부 결집을 강조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당이 어디로 가려 하는지 보여주는 정치적 신호는 제한적이다. 기자 입장에서는 갈등도, 변화도 아닌 ‘정체 상태’가 가장 기사 쓰기 어려운 국면이다.

 

정당 정치에서 뉴스는 갈등이나 위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방향 제시와 선택 역시 중요한 뉴스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새로운 정책 구상이나 선거 전략, 인적 변화가 정치적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재 영입조차 메시지보다는 행사에 가까웠고, 당내 논쟁 역시 정치적 결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반복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취재 현장에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야당 상황이 조용해서 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피곤하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만큼 작은 발언 하나, 미묘한 분위기 변화 하나까지 확대 해석해야 기사 한 줄이 만들어진다. “뉴스가 없는 게 뉴스”라는 말이 실감 난다는 자조도 들린다.

 

정치는 결국 메시지 산업이다. 유권자에게 무엇을 바꾸겠다고 말하고, 무엇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하며, 어떤 미래를 보여주느냐가 정치의 존재 이유다. 메시지가 줄어들면 관심도 줄어들고, 관심이 줄어들면 정치의 영향력도 약해진다. 기자들이 느끼는 취재 난맥상은 단순한 언론의 어려움이 아니라 정당 정치의 활력 저하를 보여주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결국 이야기의 경쟁이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기자들이 억지로 기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뉴스가 만들어지는 정치적 움직임일 것이다. ‘쓸 기사가 없다’는 취재 현장의 푸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결국 정치가 스스로 답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