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은 수년째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누가 돈을 낼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번번이 멈춰 섰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국가 책임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방 재정만으로는 15조원 규모의 사업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주장이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과 국비를 활용한 1조원 ‘마중물’ 구상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해법이 새롭지 않다는 데 있다. 신공항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줄곧 반복돼 온 것이 바로 ‘국가 역할 확대’ 요구다. 그럼에도 사업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결국 핵심은 재원 조달 방식의 창의성보다, 이를 실행할 정치적 의지와 책임 분담 구조에 있다. 국가 재정 투입 확대는 분명 현실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앙정부 설득, 타 지역과의 형평성, 재정 우선순위 조정 등 넘어야 할 장벽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국가가 더 부담해야 한다”는 선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대구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간 사업 지연의 배경에는 중앙정부 의존 구조와 함께, 자체 재원 마련과 실행 전략의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꾸
시사1 김기봉 기자 | 정부가 내놓은 ‘청년뉴딜 추진방안’에 경제계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업이 현장 수요를 반영해 교육을 추진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협력 모델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겉으로 보면 정부와 기업이 손을 맞잡은 모양새다. 문제는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느냐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다. 10대 그룹이 올해 5만2000명을 채용하고, 지난해보다 2500명이 늘었다. 그중 3분의 2가 신입 청년 채용이라고 한다. 상위 500대 기업의 70% 이상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채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3월 고용동향에서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청년 취업자는 오히려 14만 명 줄었다. 대기업 채용 확대 발표가 곧바로 청년 체감 고용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취업 문은 여전히 좁고, 준비 기간은 길어지고,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수료증 한 장이 아니라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기회다. 이름만 번듯한 단기 인턴, 보여주기식 직무교육, 실효성 없는 현장 체험은 이미 너무 많았다. 정책이 반복될수록 청년들의 피로감만 커진 이유
시사1 장현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침내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김 의장이 그룹 전반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동일인 지정만은 미뤄왔다. 권한은 인정하되 책임은 묻지 않는 기묘한 구조였다. 대기업집단 규제의 핵심은 실질적 지배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있는데, 오히려 제도의 본질이 흔들린 셈이다. 특히 “친족의 국내 계열사 경영 참여가 적다”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을 유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동일인 제도는 친족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 지배 여부를 따지는 장치다. 제도의 목적을 좁게 해석한 결과, 시장에는 “특정 기업만 예외를 인정받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커졌다.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이미 전통 대기업 못지않다. 유통과 물류, 소비자 접점까지 장악한 기업일수록 내부거래와 사익편취, 거래상 지위 남용에 대한 감시는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해외 상장사라는 이유, 국적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규제가 늦어진 것은 공정경제 원칙과도 거리가 멀었다. 이번 지정으로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작일 뿐이다. 동일인 지정은 이름표를 붙이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책임의 출발점이어야
시사1 김아름 기자 |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해킹 사태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이름과 전화번호, 키와 몸무게, 혼인 경력 정도라면 이미 심각한 문제지만, 이번에는 계좌 잔고와 부동산 보유 내역, 원천징수 자료까지 외부로 빠져나갔다. 사실상 한 사람의 삶 전체가 통째로 노출된 셈이다. 결혼정보회사는 회원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히 듀오처럼 고소득 전문직과 자산가 회원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개인정보의 민감성은 훨씬 크다. 단순한 신상 정보가 아니라 경제력, 가족관계, 과거의 혼인 이력까지 담긴 데이터는 그 자체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정보가 단순 유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 맞춤형 금융사기, 협박, 신상 악용 등 2차 피해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피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내 정보가 앞으로 어디에 쓰일지 모르겠다”는 불안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관리 부실 정황이다. 정부가 권고한 암호 알고리즘 기준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보관 기한이 지난 정보나 탈퇴 회원 정보도 파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민감 정보를 다루는 기업으로서 기본조차 지키
시사1 박은미 기자 | “당대표랑 싸우듯 민주당과 싸웠으면 대통령 탄핵이 됐겠나, 당이 이 꼴이겠나.”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이 한마디는 지금 보수진영 내부를 가장 정확하게 찌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장동혁 대표를 둘러싼 당내 사퇴 압박과 계파 갈등, 그리고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감정 섞인 반박이 아니라 현재 국민의힘의 민낯을 드러낸 지적에 가깝다. 실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좀처럼 수습 국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당은 여전히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매몰돼 있고, 지방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도 민생이나 대안보다 내부 권력투쟁이 더 크게 부각된다. 김민수 최고위원의 말처럼 당대표를 향한 칼끝만큼 민주당을 향한 견제와 전략이 있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장동혁 대표를 향해 연일 사퇴를 요구하는 중진들의 목소리는 분명 정치적 책임론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그 책임론조차 ‘당을 살리기 위한 고민’보다 ‘누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라는 오래된 싸움처럼 비친다. 특히 주호영 의원의 공개 저격은 상징적이다.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라”는 말은 정치권에서 가장 날카로운
시사1 박은미 기자 | 국민의힘 지지율이 15%까지 떨어졌다. 수치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의미다. 단순한 등락을 넘어 유권자들이 보내는 분명한 경고에 가깝다. 여론은 늘 변한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일시적 흐름이라기보다 누적된 피로감의 결과처럼 보인다. 지도부는 ‘혁신’을 말했지만 공천 과정에서는 익숙한 얼굴들이 반복됐고, 정책 메시지는 선명하지 않았다. 무엇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지 유권자 입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웠다. 반면 여당은 높은 국정 지지율을 기반으로 안정론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긴 상황에서 야당이 선택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은 비판의 강도는 높지만 대안의 밀도는 낮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유권자는 비교 가능한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고른다. 한쪽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한쪽이 더 나아 보이지 않으면 표는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의 지지율은 바로 그 ‘대안 부재’에 대한 냉정한 평가일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 숫자는 더욱 무겁다. 선거는 메시지와 인물, 그
시사1 장현순 기자 | “양자 컴퓨팅의 시대는 아직 멀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기술적 한계와 높은 구현 난도, 무엇보다 불안정한 큐비트 문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16일 공개한 세계 최초 오픈소스 양자 AI 모델 제품군 ‘엔비디아 아이징(NVIDIA Ising)’은 이 같은 통념에 균열을 내고 있다. 단순한 신제품 발표를 넘어, 양자컴퓨팅 실용화의 시계를 앞당길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자컴퓨터의 핵심은 큐비트다. 하지만 큐비트는 외부 환경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 작은 오차만으로도 전체 연산 결과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자 오류 정정과 프로세서 보정은 업계 최대 난제로 꼽혀왔다. 엔비디아는 이 지점을 정조준했다. 아이징은 AI를 활용해 큐비트 상태를 실시간 분석·보정하고 오류를 정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오류 정정 속도는 기존 표준 대비 최대 2.5배 빠르고 정확도는 3배 높다. 며칠씩 걸리던 보정 작업도 수 시간 수준으로 줄였다. 이는 단순한 성능 개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가로막아온 가장 큰 기술 장벽을
시사1 윤여진 기자 | 최근 정부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이란에 5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인도적 상황 완화가 명분이다. 하지만 냉혹한 국제 정치의 현실 속에서 이번 결정이 과연 우리 국익과 안보에 부합하는 ‘최선의 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한미 동맹의 전략적 일체성에 균열을 낼 우려가 있다. 한국과 미국은 단순한 우방을 넘어 피로 맺어진 혈맹이다. 현재 미국은 이란을 중동 불안의 핵심 배후로 지목하고 고강도 제재와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동맹국이 적대 세력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 대상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자칫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엇박자로 비춰질 수 있다. 또 이번 지원은 국제 관계의 복잡성을 간과한 기계적 지원이다. 중동은 종파 분쟁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화약고와 같다. 이란에 대한 지원은 이란과 대립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이나 다른 우방국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위험이 크다. 지금은 ‘인도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기보다, 우리 외교의 입지를 좁히지 않도록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지원 자금의 투명성과 실효성 문
시사1 윤여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도권 원팀’을 선언했다. 서울·경기·인천 후보가 손을 맞잡고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며 수도권 공동 대응과 정책 공조를 약속한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는 분명하다.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최대 생활권이자, 교통·주거·산업 문제 등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대표적 공동 생활권이다. 서울의 교통 문제가 경기도 출퇴근길과 직결되고, 인천의 산업정책이 수도권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을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민주당 후보들의 인식은 틀리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구상이 매번 선거철마다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수도권 공동 교통망 구축, 광역 행정 협력, 생활권 통합 행정 등은 이미 수차례 정치권에서 제기돼 왔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선거 때는 ‘원팀’을 외치지만 선거가 끝나면 각 지자체 이해관계에 따라 충돌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세 후보는 수도권행정협의회 구성과 공동 공약 추진을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재원
시사1 장현순 기자 |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광권 인수를 마무리하며 총 1500만 톤 규모의 자원을 확보했다. 숫자만 보면 분명 ‘성과’다. 전기차 약 7000만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은 크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이 자원이 실제 경쟁력이 되기까지 얼마나 빠르게, 안정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느냐다. 리튬은 이미 ‘확보 경쟁’ 단계를 넘어 ‘공급망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매장량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제한적이다. 채굴, 정제, 생산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가 기업의 진짜 경쟁력을 가른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이번 인수는 자원 확보 자체보다 기존 옴브레 무에르토 광권과의 시너지, 그리고 단계적으로 확장되는 생산능력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가 커진다. 이미 연산 2만5000 톤 규모의 1단계 공장이 가동 중이고 2단계 공장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추가 자원까지 더해지면서 ‘확보→생산’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는 한층 강화됐다. 결국 관건은 이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시키느냐다. 변수도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투자 환경은 기회와 리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