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미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가 폐 손상 등 심각한 질환을 초래했지만, 피해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2011년 역학조사에서 인과관계가 확인된 이후에도 정부 대응은 한계가 명확했다. 특정 질환 중심의 구제, 제한적 배상, 단일 부처 중심의 대응 체계는 피해자들의 불신과 좌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은 달라진 국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가가 공동 책임을 지고, 기업과 함께 배상 체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며, 단순한 치료비 지원을 넘어 생애 전주기적 맞춤 지원에 나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피해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배상금 수령 방식, 장기 소멸시효 폐지, 치료비 대납과 휴가 보장 등 세부 조치들은 과거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범부처 협업과 전문성 강화다. 학령기 청소년의 학교 배정, 대학 등록금 지원, 국방과 사회복무 지원 등 실질적 지원과 더불어, 건강 모니터링 확대와 인과관계 연구를 통한 장기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조직 개편과 전문 인력 충원, 피해자 소통 강화 계획은 행정 신뢰를 회복하고 피해자 중심의 지원을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이번 종합대책은 단순한 피해 보상을 넘어 국가책임 강화와 제도적 전환을 동시에 담보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참사의 공동 책임자로서 국가가 그동안 보여준 미흡함을 바로잡는 첫걸음이자,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다.
다만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속도감 있는 집행과 지속적 점검이 필수다. 피해자들의 불신은 오랜 시간 쌓인 것이므로, 한 번의 대책 발표로는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정부는 국회와 협력해 특별법 전부 개정, 범부처 TF 운영, 전문성 강화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단순히 과거의 잘못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사회적 문제다. 국가가 책임지는 피해구제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의무임을 이번 종합대책은 보여준다. 피해자의 고통을 기억하고, 제도의 허점을 메워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말이 아닌 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