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훈 시인밀짚 바구니 속에서 아버지는 종이 뭉치 하나를 골라낸다. 그러고는 궁금해하는 아이들 앞에서 물통 속에 그걸 집어넣는다. 그러자 알록달록한 커다란 일본 꽃이 솟아난다. 즉흥의 연꽃 신기하여 아이들은 입 다물고 말이 없다. 훗날 그 아이들 추억 속에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문뜩 피어난 이 꽃은 저희 앞에 그 순간에 피어난 이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겠네. - 쟈크 프레베르 ‘국립미술학교’ 이번 칼럼에서는 프랑스인들에게 사랑 받는 시인 중 한 명인 쟈크 프레베르 시인의 ‘국립미술학교’를 소개하고자 한다. 1900년 프랑스 파리 교외인 뇌이쉬르센에서 태어난 프레베르 시인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자유를 떠올릴 수 있는 시를 써서 희망을 줬다. 프레베르 시인은 평화주의자를 옹호한 인물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 그 시 중 대표적인 시가 바로 ‘국립미술학교’가 아닐까 싶다. 국립미술학교 작품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정치권 소식과 연관이 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했다. 신임 당대표는 ‘30대 젊은 청년’인 이준석씨다. 이준석 신임 대표가 앞으로 선보일 행보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우태훈 시인나의 떨리는 리라를 이름 높은 사람의 공훈과 불길 솟는 노래에 맞추리라. 용솟음치는 높은 가락으로 그 옛날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이 전쟁터에 나갔을 때 또한 티레의 카드무스가 멀리 방랑했을 때 어떻게 그들이 싸우고 나라들이 망했는가를 노래하리라. 그러나 전쟁의 노래를 모르는 나의 리라는 어느덧 사랑의 노래만을 타고 있다. 장차 명성을 떨칠 희망에 불타 나는 숭고한 영웅의 이름을 얻고자 했다. 사라지는 줄을 다시 울리니 나의 리라는 전쟁에 맞춰진다. 불타는 줄로 다시 한 번 영웅곡을 타리라. 주피터의 위대한 아들을 위하여, 머리 아홉 달린 뱀 히드라를 팔로 눌러 죽인 알키데스의 빛나는 공훈을 위하여. 그러나 모두가 허사로다 나의 방종한 리라는 부드러운 욕망의 백은곡을 울리고 있다. 잘 있거라 세상에 이름 떨친 영웅들이여, 잘 있거라 무서운 전쟁의 어지러운 소리여, 그것과는 다른 일들에 내 마음 울렁거린다. 더 아름다운 곡을 타리라. 나의 리라 온갖 역량 다하여 내 마음에 느끼는 곡을 타리라. 사랑이다, 사랑만이다, 나의 리라가 바라는 것은, 행복의 노래 속에서 불 뿜는 탄식 속에서. - 조지 고든 바이런, 시 ‘아나크레온의 사랑 노래’ 이번 칼럼에서는
▲우태훈 시인노란 숲 속 두 갈래길. 나그네 한 몸으로 두 길 다 가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덤불 속 굽어든 길을 저 멀리 오래도록 바라보았네. 그러다 다른 길을 택했네. 두 길 모두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밟지 않은 길이 더 끌렸던 것일까. 두 길 모두 사람의 흔적은 비슷해 보였지만. 그래도 그날 아침에는 두 길 모두 아무도 밟지 않은 낙엽에 묻혀 있었네. 나는 언젠가를 위해 하나의 길을 남겨 두기로 했어.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법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지으며 말하겠지. 언젠가 숲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났을 때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갔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게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시 ‘걸어보지 못한 길’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이 낳은 문호 ‘로버트 리 프로스트’ 시인의 작품 ‘걸어보지 못한 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로스트 시인은 1961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자작시를 낭송해 시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프로스트 시인의 당시 인기는 엄청났다. 전통적인 농장 생활에 관한 시를 씀으로서 옛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특징이 있던 것. 특히나 그는 인유나 생략
▲우태훈 시인유독 시월 바람이 서릿발 손가락으로 내 머리칼 괴롭힐 때면, 움켜잡는 태양에게 붙들려 불 위를 걸으며, 땅위에 게의 그림자를 던진다. 바닷가, 새들의 지껄임을 들으면서 겨울 막대기 사이 까마귀 기침 소릴 들으면서 떨며 지껄이는 바쁜 내 심장 마디마디 피 흘려 낱말들을 쏟아낸다. 또한 낱말 탑에 갇혀서 나는, 지평 위에 나무처럼 걷고 있는 여인들의 수다스런 모습과 공원의 별 몸짓한 아이들 소릴 본다. 당신에게 홀소리의 너도나무로 몇 마디 말을 지어 드리지 또는 참나무 목소리로, 가시 돋힌 지방의 뿌리에서 당신들게 몇 가락 들려 드리지. 물의 말씀으로 몇 줄 말을 지어 드리지. 은화식물 화분 뒤 까딱대는 시계가 시간의 말을 들려주고, 신경성의 의미가 지침 달린 원판 위를 난다, 아침을 웅변한다. 그리고 수탉 풍향계 속 바람 찬 일기를 알린다. 당신들게 초원의 신호로 몇 마디 지어 드리지. 나가 다 아는 소리 말하는 신호 깃발 초목이 벌레 꿈틀대는 겨울과 더불어 눈알 속에 파고든다. 까마귀의 죄에 대해 몇 마디 해드리지. 유독 시월 바람이 거미 혓바닥의 가을 주문으로, 웨일스의 큰 목소리 산으로 당신들게 몇 마디 지어 드리지. 무의 주먹으로 땅을 괴롭
▲우태훈 시인하릴없는 왕으로서, 이 적막한 화롯가, 불모의 바위 틈서리, 늙은 아내와 짝하여, 먹고 자고 욕심만 부리는 야만 족속에게, 어울리지 않는 법이나 베푼다는 것, 쓸모없는 짓이다. 방랑을 쉴 수 없는 나, 인생을 찌꺼기까지 마시련다. 나를 따르는 자들과, 또는 혼자서 언제나 크낙한 즐거움 맛보고, 또는 크낙한 고난 당하였으니, 물에서 또한 달리는 구름 사이로, 비에 젖은 히아데스 성좌가 검푸른 바다를 노엽게 할 때 이제 하나의 이름이 되어버린 나. 굶주린 심정으로 방랑하면서 본 것, 배운 것도 많다. 혹시는 심연이 우리를 삼킬지 모르나, 혹시는 행복의 섬에 닿아 우리 옛 친구 위대한 아킬레스 다시 보리라. - 테니슨, 시 ‘율리시스’ 이번 칼럼에서는 1809년 영국 링컨셔의 서머스에서 태어난 알프레드 테니슨 작가의 시 ‘율리시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테니슨 시인은 영국 남작의 귀족 칭호를 받은 인물로도 정평이 났다. 특히 그는 문학적인 업적만으로 귀족 칭호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테니슨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인류의 고난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연인 “혹시는 심연이 우리를 삼킬지 모르나, 혹시는 행복의 섬에 닿아 위대한 아킬레스 다
▲우태훈 시인이젠 살 만큼 살아서 아무리 괴로워도 날 부축해줄 사람 없이 혼자 걷는다. 어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도 웃음을 잃었고 꽃을 쳐다봐도 즐겁지 않다. 봄이 되어 하느님이 자연의 축제를 벌여도 기쁜 마음도 없이 이 찬란한 사랑을 뿐이다. 지금은 햇빛을 피해 도망치며 은밀한 슬픔만 깨닫는 시간이다. 내 마음의 은근한 희망은 깨어나고 장미 내음 훈훈한 이 봄철에 아 내 딸이여, 네가 잠든 무덤을 생각한다. 이젠 내 가슴도 시들고 몸도 늙었다. 나는 이 지상의 임무를 거절하지 않았다. 내가 가꾼 밭, 내가 거둔 열매는, 다 여기 있고 나는 언제나 미소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신비한 것에 마음 끌리며 살아왔다. 나는 할 수 있는 일 다 하였고, 남을 위해 봉사했고 밤을 세웠다. 남들이 내 슬픔을 비웃는 것도 보아왔고, 남달리 고통 받고 일한 덕분에 놀랍게도 원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날개도 펼 수 없는 이 지상의 도형장, 불평도 없이 피를 흘리며 두 손으로 넘어진 채, 서글프게 기진하여 죄수들의 비웃음을 사며 나는 영원한 쇠사슬의 고리를 끌고 왔다. 이제 내 눈은 반밖에 뜨이지 않고 누가 불러도 몸을 돌릴 수 없다. 한잠도 못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난 사람 같이
▲우태훈 시인그대 늙어서 머리 희어지고 잠이 많아져 난롯가에서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서 천천히 읽으라, 그리고 꿈꾸라, 한때 그대 눈이 지녔던 부드러운 눈빛을, 그리고 깊은 음영을. 그대의 매력적인 순간들을 얼마나들 좋아했으며, 진정이든 거짓이든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는지를, 그러나 한사람은 그대의 유랑혼을 사랑했고, 그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는지를. 그리고 난롯불에 붉게 빛나는 방책 옆에서 몸을 굽히고 중얼거리라, 조금 슬프게, 사랑이 저 위 산을 걷다가 그 얼굴을 별무리 속에 감추었다고. -예이츠, 시 ‘그대 늙어서’ 이번 칼럼에서는 아일랜드의 문호이자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예이츠 시인의 작품 ‘그대 늙어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예이츠 시인은 186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화가의 아들로 세상에 눈을 떴다. 그의 이번 작품은 젊어서 만났던 애인을 늙어서 회상하는 방식의 시로 알려졌다. 젊었을 때 그대의 외모를 좋아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늙은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예이츠 시인은 상대방의 늙음도 사랑했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애인으로 하여금 읽어보라고 한다. 사랑이 달아나 산등성이를 걷다가 별무리 속으로 사라졌다고, 그는 이미 어떤
▲우태훈 시인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 호 넘어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서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덴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태공 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엘리엇 시 ‘황무지-죽은자의 매장’ 이번 칼럼에서는 영어로 쓰인 ‘최초의 현대시’로 불리는 엘리엇 시인의 황무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888년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귀화한 엘리엇 시인은 모더니스트 작가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모더니스트란 근대적인 감각을 나타내는 예술을 의미한다. 즉 엘리엇 시인의 작품들은 시인이 살던 당시를 예술로 만들어낸 산물로 볼 수도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황무지’도
▲우태훈 시인나는 아름다워라, 오 덧없는 인간들! 돌의 꿈처럼 저마다 거기서 상처받는 내 유방은 질료처럼 영원하고 말없는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게 되어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스핑크스처럼 창공에 군림하네. 백조의 순백에 백설의 마음을 결합하고, 선을 흔들어 놓는 움직임을 싫어하며, 나는 울지 않고 결코 웃지도 않네. 우뚝솟은 기념물에서 빌은듯한 내 당당한 태도 앞에 시인들은 준엄한 연구로 그들의 세월을 탕진하리! 이 고분고분한 애인들을 홀리기 위해서 만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거울을 가졌네. 내 눈, 영원의 광택을 지닌 커다란 두 눈을! -샤를 보들레르, 시 ‘미’ 이번 칼럼에선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작품 ‘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182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보들레르 시인은 ‘1845년의 살롱’을 통해 비평가로 먼저 문학계에 발을 디딘 인물이다. 날카로운 비평가인 보들레르 시인의 ‘미’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생물의 생물화를 아름답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미’가 나타나 한 줄기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어서 소개하게 됐다. 최근 훈훈한 아름다움을 언론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됐다. 서울 송파구 인근 영화관
▲우태훈 시인이제 며칠 후엔 눈이 오겠지. 지난해를 회상한다. 불 옆에서 내 슬픔을 회상한다. 그때 무슨 일이냐고 누가 내게 물엇다면 난 대답 했으리라 - 날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난해 내 방에서 난 깊이 생각했었지. 그때 밖에선 무겁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쓸데없이 생각만 했었지. 그때처럼. 지금 난 호박 빨부리의 나무 파이프를 피운다. 내 오래된 참나무 옷장은 언제나 향굿한 냄새가 난다. 그러나 난 바보였었지. 그런 일들은 그때 변할 수는 없었으니까. 우리가 일고 있는 일들을 내쫓으려는 것은 허세이니까. 도대체 우린 왜 생각하는 걸까. 왜 말하는 걸까. 그건 우스운 일이다. 우리의 눈물은 우리의 입맞춤은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린 그걸 이해하는 법. 친구의 발자국 소린 다정한 말보다 더 다정한 것. 사람들은 별들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별들은 이름이 필요 없다는 걸 생각지도 않고, 어둠 속을 지나가는 아름다운 혜성들을 증명하는 수치들이 그것들을 지나가게 하는 것은 아닌 것을. 바로 지금도 지난해의 옛 슬픔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는가. 거의 회상하지도 못하는 것을. 지금 이방에서 무슨 일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날 그냥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