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방 주요국과 일본이 이란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상황을 “인지하고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며 기존의 신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과 국익을 고려한 선택일 수 있으나, 전략적 모호성이 언제까지 외교적 해법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가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 역시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해협 통항 문제가 군사적 긴장으로 비화할 경우 한국 경제와 안보에 직접적인 파장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이번 공동성명에서 한국만 빠진 것은 국제사회에 다소 모호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물론 정부의 고민도 이해할 만하다. 미국의 동참 압박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성급한 입장 표명은 군사적 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 중동 지역과의 외교·경제 관계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군사 자산 파견은 대부분의 국가가 부담을 느끼는 사안이다. 정부가 신중론을 택한 배경에는 이러한 복합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을 것
최근 정치권에서는 ‘뉴이재명’ 세력과 국민의힘 쇄신 움직임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의 최근 발언처럼, 정치 세력 내에서 가치보다 개인적 이익을 우선하는 세력이 많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의미가 없다. 유시민 작가는 민주당 내 지지층을 가치 중심의 핵심 코어(A그룹)와 이익 중심의 라이트(B그룹)로 나누며, 위기 시 대통령과 당을 배신할 가능성이 큰 B그룹의 존재를 경고했다.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되는 이 같은 행태는, 당 내부의 분열과 정책 추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 쇄신도 마찬가지다. 장동혁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사과와 청년·전문가 중심 정당으로의 변화를 내놨지만,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외형만 바꾸는 시도는 설득력이 약하다. 과거 계엄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했던 친윤석열계 핵심 인사들이 여전히 당 안에 존재하고, 영남 패권과 공천 구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청년과 당명 교체는 ‘장식’에 불과하다. 정치 쇄신은 말이나 간판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핵심은 책임 있는 행동과 구조적 변화다. 민주당 역시 B그룹의 영향으로 코어 지지층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내적 균열이 확대된다면, 정책 추진과 국정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국정 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 거래 근절, 중복상장 구조 개혁을 통해 국내 증시를 ‘프리미엄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은 방향성 자체로는 타당하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일관성이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실적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이라도 해외 시장 대비 낮은 가치 평가를 받아온 배경에는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대통령이 지적했듯 지배구조 불투명성, 경영권 남용 논란, 반복되는 주가조작 사건,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환경은 오랜 기간 투자자 신뢰를 훼손해 왔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국내 제도와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에서 개혁 필요성은 분명하다. 특히 주가조작에 대해 ‘패가망신 수준’ 처벌을 언급하며 부당이익 전액 환수와 신고자 보상 확대를 제시한 것은 시장 질서 확립 측면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다.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 시장으로 평가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불공정 거래에 대한 낮은 처벌 강도와 반복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공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현역 광역단체장을 공천에서 배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정치 변화와 공천 혁신을 강조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번 결정이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정치 변화의 문제”라고 밝혔다. 안정에 머무는 정치가 아니라 스스로를 흔드는 정치,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현역 프리미엄을 내려놓고 변화의 신호를 선택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당이 보여주려는 방향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평가할 대목이 있다. 정치권에서 공천은 곧 권력의 핵심이다. 특히 현직 단체장은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정당이 공천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을 배제하고 새로운 경쟁을 열겠다는 결정은 기득권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이유 중 하나는 변화의 부족이었다. 선거 때마다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 공천에서는 기존의 관성과 이해관계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정현 위
정부가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3548명으로 확정하며 지역 중심 의료 인력 확충 정책을 본격화했다. 증원 이전인 2024학년도보다 490명이 늘어난 규모이며, 확대 인원 전원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기로 한 점은 이번 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도권 쏠림으로 고착된 의료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간 지역 의료 붕괴는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로 지적돼 왔다. 응급·필수의료 공백, 지방 병원의 전문의 확보 난항,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는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이번 정원 배정이 지방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정책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원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대학들이 등장한 것은 지역 의료 인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숫자 확대를 넘어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를 양성하려는 구조 설계다. 지역 병원 실습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고, ‘무늬만 지역의대’에 감점을 적용한 것은 의료 인력의 실질적 지역 정착을 유도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동안 제기돼 온 정책의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역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대응하며 중동 정세는 한층 불안정해지고 있다. 확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 경제와 안보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전쟁이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이란 정유시설 공격 이후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움직임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물류 체계를 흔들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이 받는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 선박들이 군함 호위를 받아야 해협을 통과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됐다. 이는 단순한 해외 뉴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안보 문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바로 물가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해상 물류 차질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국제 질서는 이상이 아니라 힘의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미·중, 미·러 관계의 향방 역시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절연을 공식 결의한 이후 당내에서 지도체제 개편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동혁 대표를 향해 사실상 2선 후퇴와 혁신형 선거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하며 당의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내부 비판을 넘어,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 진영의 구조적 위기 인식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다. 국민의힘은 최근 의원총회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정치 복귀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늦었지만 방향성 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선언 이후다. 정치에서 결의문은 출발점일 뿐이며, 유권자가 평가하는 것은 실제 변화의 강도와 일관성이다. 김근식 교수의 제안은 크게 두 가지다. 당 대표가 선거 전면에서 한발 물러나고 혁신형 선대위 중심 체제로 전환하라는 것, 그리고 이른바 ‘윤 어게인’ 강성 지지층 및 극단적 정치 유튜버와 명확히 선을 긋라는 요구다. 이는 개인을 겨냥한 비판이라기보다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정치적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국민의힘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노선 혼선이다. 한편에서는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면서도 다른 한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이중의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지역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의 긴장이 높아질 경우 유가 급등은 물론 글로벌 물류 차질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며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 안정 프로그램 확대와 에너지 수급 대책을 동시에 검토하겠다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단 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만큼이나 정책의 균형이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의미가 있지만, 시장 개입이 과도해질 경우 정책 의존도가 높아지고 시장 기능이 왜곡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인 충격을 완화하는 것과 시장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
6·3 지방선거가 불과 90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직자 사퇴 시한이 지나며 사실상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이 시점이면 각 정당은 공천 구도를 확정하고 후보 경쟁을 통해 선거 체제를 갖추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의 풍경은 정상과 거리가 멀다. 특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준비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주요 지역 공천을 속속 확정하며 선거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인천시장 후보로 박찬대 의원을, 강원지사 후보로 우상호 전 대통령정무수석을 단수 공천했고, 서울시장 후보 역시 다수 인사를 놓고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선 룰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오세훈 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선 방식조차 정리되지 않았고,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도 손에 꼽을 정도다. 문제는 단순한 지연이 아니다. 후보 자체가 부족한 ‘구인난’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등록 현황을 보면 광역단체장 후보 수에서부터 민주당과 큰 격차가 벌어져 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선거를 앞둔 정당이라기보다 사실상 선거 준비를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지방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군·정부 핵심 수뇌부가 한꺼번에 제거된 사건은 중동 현대사에서 분수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작전은 단순한 군사 공격을 넘어, 국제 질서 속에서 미국이 여전히 결정적 행동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의 핵심은 군사력 자체보다 ‘결단의 속도와 명확성’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고위급 회의 정보를 확보한 뒤 공격 필요성을 판단했고, 미국은 전면전 확산 위험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선택했다. 수십 년간 중동에서 반복돼 온 ‘억지력의 공백’이 이번에는 허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항공모함 전단 등 미군 전략자산이 이미 중동에 집결한 상황에서 이란 지도부가 고위 인사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그러나 그 오판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 배경에는 미국의 확고한 실행 의지가 있었다. 상대가 행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무너뜨린 것이야말로 이번 작전의 본질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번 공격은 ‘지도부 제거(decapitation strike)’라는 군사 전략의 교과서적 사례에 가깝다. 전면 침공 없이도 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