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중동 사태가 터지자 시장은 냉정했다. 그리고 그 충격은 유독 한국에 크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사태 발발 이후 9거래일 동안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4.1%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는 12.1% 하락해 미국(3%), 독일(0.8%), 영국(5.2%)보다 훨씬 큰 낙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한국만 더 흔들리는’ 장면이 또다시 재현된 셈이다.
표면적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그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리스크가 곧 한국 경제 리스크로 직결되는 구조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에너지 의존도를 넘어선다.
외국인 자금 흐름에 지나치게 민감한 금융시장 구조, 수출 중심 산업 의존, 지정학적 충격에 취약한 산업 포트폴리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시장은 글로벌 불안 국면마다 ‘위험자산의 전형’처럼 움직인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이 먼저 반응하고,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앞으로다. 한국은행은 중동 갈등 장기화 시 은행 자본 건전성이 악화하고, 석유화학 등 취약 업종의 부실채권 비율이 세 배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단순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아니라 실물경제 충격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책 대응은 단기 안정 조치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환율 방어, 유동성 공급, 시장 안정 메시지 등은 필요하지만, 구조적 취약성을 바꾸지는 못한다. 에너지 수입 구조 다변화, 산업 체질 개선, 외국인 자본 의존도 완화 같은 중장기 처방은 늘 ‘다음 과제’로 밀려왔다.
위기는 언제나 외부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충격의 크기는 내부 구조가 결정한다. 같은 중동 사태 속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출렁였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가 여전히 외부 충격에 과민한 체질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나느냐가 아니다. 다음 위기에서도 한국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흔들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 안정 대책이 아니라 ‘왜 한국만 더 흔들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답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