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형준 부산시장이 ‘삭발’보다 먼저 할 일

시사1 박은미 기자 | 박형준 부산시장이 국회 본관 앞에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삭발했다. 정계 입문 이후 처음이라는 결연한 행동이다. 그는 “정쟁의 벽 앞에서 독한 마음으로 부닥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음을 절감했다”며 “부산 시민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삭발한다”고 말했다. 부산특별법 지연을 두고는 “지역 차별”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정치인의 상징적 행동은 메시지를 강화한다. 삭발은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방식 가운데 하나다. 합리와 논리를 강조해 온 정치인이 스스로 ‘자해적 행위’라고 표현했던 방식까지 택했다는 점에서 절박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그러나 부산 시민들이 떠올리는 장면은 꼭 이번 삭발만은 아닐 것이다. 불과 3년 전, 부산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예상과 크게 빗나간 결과를 받아들었다. 182개국 투표에서 부산은 29표에 그쳤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19표를 얻으며 승부는 1차 투표에서 끝났다. 역전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은 컸다.

 

당시 정부는 예측이 빗나간 데 대해 사과했고 실패 원인을 복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보력 부재, 판세 분석의 정확성, 뒤늦은 유치전 가동 등 여러 과제가 지적됐다. 하지만 부산시 차원의 충분한 반성과 책임 논의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됐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엑스포 유치 실패는 단순한 결과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도시의 미래 전략과 행정 역량, 정치적 판단이 함께 평가받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대한 성찰과 책임의 언어 없이 곧바로 또 다른 대형 현안을 둘러싼 ‘결연한 행동’이 등장했을 때,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공감만은 아닐 수 있다.

 

정치적 상징 행위는 강렬하지만 오래 남지는 않는다. 시민들이 더 오래 기억하는 것은 결과와 책임, 그리고 실패 이후의 태도다. 삭발이 부산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선택이라면, 그보다 먼저 필요했던 것은 과거의 실패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성찰이었는지도 모른다.

 

부산 시민의 자존심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책임지는 정치에서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