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결국 선택의 예술이지만, 어떤 선택은 사실상 ‘포기 선언’과 다르지 않다. 최근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수도권 선거 대응이 그렇다. 특히 경기도지사 후보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단순한 인물난이 아니라 정당의 존재 이유 자체를 묻는 문제다.
경기도 인구는 1400만 명을 넘어선다. 국회의원만 60명에 이르고 31개 기초자치단체를 거느린 국내 최대 정치 무대다. 전국 선거의 승패가 수도권, 그중에서도 경기도에서 갈린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런 곳에서 주요 정당이 후보 구인난을 겪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정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 국민의힘은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중량급 인사들이 잇따라 불출마하거나 출마를 고사했다. 당 상황에서 결과가 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시장 선거 역시 후보 등록 시한을 여러 차례 연장한 끝에야 현직 시장이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이라기보다 패배를 관리하는 조직에 가깝다.
정당이 선거에서 불리한 지역을 만나는 일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불리함을 어떻게 대하느냐다. 도전의 계기로 삼느냐, 아니면 전략적 후퇴라는 이름으로 방치하느냐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후자에 가깝다. 유권자 지형 변화와 지지율 하락을 이유로 수도권을 ‘험지’로 규정하고, 그 결과 경쟁 자체를 포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험지는 원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라진다. 더구나 경기도는 불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기초단체장 31곳 중 22곳을 차지했던 지역이다. 구조적 패배가 예정된 땅이 아니라 정치적 노력에 따라 충분히 경쟁 가능했던 공간이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지금 후보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면 문제는 유권자가 아니라 정당 내부에 있다.
쇄신을 미루고 책임을 회피한 결과가 오늘의 인물난이다. 당의 방향성과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정치인들이 승부를 걸 이유도 사라진다. 선거는 결국 메시지 경쟁인데, 메시지가 없으니 인물도 모이지 않는다. 보신주의와 패배주의가 결합하면 정당은 빠르게 축소 균형으로 들어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국정당’의 자격이다. 수도권을 포기하는 순간 정당은 지역 정당으로 수축한다. 전국 단위 권력을 지향하는 정당이 인구 최대 지역에서 경쟁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정체성의 붕괴다.
정치에서 패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싸우지 않는 패배는 다르다. 유권자는 결과보다 태도를 먼저 본다. 수도권에서 도전조차 하지 않는 정당이 정권을 다시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승산 계산이 아니라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다.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