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텃밭 TK에 안주한 국민의힘의 대가

대구·경북은 오랫동안 보수정당,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불렸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표현이지만, 이번 대구시장 공천 논란을 지켜보며 떠오르는 질문은 단순하다. 텃밭 정치 속에서 과연 텃밭에서만 정치를 했던 정치인은 보수정당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당내 최다선 의원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22일 공천 컷오프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당 지도부와 공관위를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정치적 입장 표명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논란의 본질은 공천 결과가 아니라, 오랜 기간 지역을 대표해 온 중진 정치인의 역할에 대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대구·경북에서 국민의힘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지지 기반 위에서 선거를 치러왔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정치 환경은 때로 정치인의 책임과 긴장감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실제 보수 정당이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는 동안에도 지역 정치 구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중진 정치인들은 다시 공천을 받아 국회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 정치의 혁신이나 변화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중진 정치인의 역할은 단순히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위기 때 책임을 나누고, 정치적 확장을 고민하며, 지역 정치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데 있다. 단 대구·경북 정치가 오랜 시간 ‘안전지대’에 머무르는 동안, 지역 정치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는 얼마나 있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비교 사례는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경기도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뒤 지역주의의 벽을 넘겠다며 정치적 기반이 약한 대구로 내려와 도전을 이어갔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지역 구도를 깨려는 정치적 선택 자체가 한국 정치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비춰볼 때 국민의힘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안정적인 지지 속에서 지역 정치의 변화를 주도하기보다 기존 구조 안에 머물러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텃밭은 정치인에게 유리한 환경일 수 있지만, 동시에 정치적 성과와 책임을 더욱 엄격히 요구받아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텃밭 정치가 계속되는 한 선거는 쉬울지 몰라도 정치의 설득력은 약해진다. 지역민이 기대하는 것은 ‘공천을 둘러싼 분노’가 아니라, 지역을 넘어서는 정치적 비전과 책임 있는 중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