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열의 길’ 들어선 국민의힘, ‘야당의 책무’마저 외면하나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둘러싼 내홍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우고 있다. 당내 논쟁이 공개적인 인신공방으로 번지며 제1야당의 위상과 책임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집권세력을 견제해야 할 야당이 내부 다툼에 매몰된 모습에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의원총회에서 벌어진 정성국 의원과 조광한 최고위원의 충돌은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전 대표 제명을 둘러싼 갈등은 정책과 노선의 차이를 넘어 감정 싸움과 말다툼으로 전락했다. 서로 다른 주장으로 여론전을 벌이는 모습은 성숙한 정당의 토론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문제의 본질은 ‘누가 어떤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왜 제1야당이 이런 장면을 국민 앞에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깊은 균열을 경험했다.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문제로 또 한 번의 분열이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이 당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정체성 논쟁은 격화됐고, 전직 당 대표 축출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축출 주장까지 등장하며 당의 내분은 통제 불능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여론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집권여당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보수의 핵심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마저 내분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는 TK 지역에서 ‘배신자 프레임’이 재가동되는 모습은, 보수 진영 스스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중간평가다. 그러나 현재의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평가하기는커녕, 스스로를 수습할 능력조차 의심받고 있다. 한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가 흥행을 기록한 현상은 새로운 정치 실험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보수우파 분화의 상징이라는 불편한 진실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스스로를 국가 근대화를 이끌어온 보수우파의 정통 계승 세력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축출과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포용과 절제의 리더십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충격을 겪었다 해도, 당의 ‘핵분열’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분열의 정치로는 야당의 책무를 감당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내부 적대와 정체성 투쟁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책임 있는 제1야당으로서 보수우파의 재결집과 대안 제시에 나설 것인지다. 분열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선거와 역사에서 혹독하게 치러질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