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멈춤 버튼’…트럼프 압박 속 금리 동결이 던진 신호

시사1 김기봉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며 통화정책의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지난해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로 완화 기조를 분명히 했던 연준이 올해 첫 회의에서 ‘일단 멈춤’을 선택한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재점화에 대한 경계와 정치적 압박과의 거리 두기가 동시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요구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 후임을 “곧 발표하겠다”며 새 지도부 하에서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따르면, 연준의 이번 판단에서 핵심 변수는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활동이 견실하게 확장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관세 정책이 향후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인하에 나서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고용 지표 역시 연준을 멈춰 세웠다. 고용 증가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경기 과열도, 급격한 둔화도 아닌 애매한 국면에서 통화정책을 서둘러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금리 수준을 “연준의 양대 목표(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라고 표현했다. 필요할 경우 인하 여력을 남겨두면서도, 성급한 완화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파월 의장은 또 “금리 동결에 대해 위원회 내 광범위한 지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도 ‘정치적 압박에 흔들리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으로 읽힌다.

 

이번 결정은 연준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경제 지표와 중기 리스크를 근거로 판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이 단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과 신뢰 유지를 우선시하겠다는 신호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던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