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 탓으로 점철된 오세훈표 ‘공급 약속’

시사1 김아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SNS를 통해 ‘3년간 8.5만 호 착공’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언뜻 보면 현장의 고통에 응답하는 결연한 의지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 4선 시장이라는 무게감이 무색하게도, 글의 곳곳에는 여전히 ‘남 탓’과 ‘책임 회피’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현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을 언급하며 현장의 동력이 식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은 기억한다. 불과 1년 전까지 서울시와 보조를 맞췄던 것은 본인과 같은 당이었던 윤석열 정부였다.

 

윤석열 정부 시절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수많은 규제 완화가 이뤄졌음에도, 정작 서울의 공급 가뭄은 해소되지 않았다. 당시엔 침묵하거나 협조적이었던 오세훈 시장이 이제 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고작 1년 만에 모든 공급 지연의 책임을 현 정부의 대출 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정치 수사일 뿐이다.

 

또 오세훈 시장은 여전히 10여 년 전 전임 시장 시절의 정비구역 해제를 공급 부족의 만능 열쇠처럼 휘두르고 있다. 본인이 보궐선거로 복귀한 지도 벌써 4년이 넘었다. ‘신속통합기획’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장밋빛 발표를 쏟아냈지만,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결과물은 미미하다. 현장의 절박함을 정말 무겁게 느꼈다면, 과거의 망령을 불러낼 것이 아니라 지난 4년간 본인이 지휘한 행정의 성적표부터 되돌아봐야 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500억 원 융자 지원’이나 ‘신속착공 패키지’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임시방편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수조 원 단위의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는 현장에서 서울시의 행정력은 매번 한계를 드러냈다. 갈등을 중재하고 조율하는 정치적 역량보다는, 화려한 구호와 숫자로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데 치중해 온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주택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오세훈 시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본인부터 전임 정부와 현 정부 사이에 숨어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서울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말의 무게는 ‘남 탓’이 아니라, 본인의 행정적 무능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책임감에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