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아름 기자 | 법정에 들어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수용복 대신 정장이었지만, 왼쪽 가슴에 달린 수인번호 ‘3617’은 그의 신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었지만, 동시에 중형을 선고받을 피고인의 모습이었다.
‘무기징역.’
이 한 문장이 갖는 무게는 단순히 한 개인의 형벌로 끝나지 않는다. 재판부는 ‘국회의 권능 행사 불능’과 ‘민주주의 핵심 가치 훼손’을 명시했다. 이는 권력 행사 방식 자체가 법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선언이었다. 계엄은 헌법이 허용한 권한이지만, 그 권한이 향한 방향과 목적까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사법부는 분명히 했다.
재판부가 특히 강조한 것은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었다. 군과 경찰은 국가 권력의 물리적 기반이지만, 동시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그들이 정치의 도구로 인식되는 순간, 시민이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무너진다. 재판부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신용도 하락까지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정에서는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눈물이 언급됐다. 계엄은 해제됐고, 물리적 충돌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산정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말했다. 보이지 않는 비용, 즉 신뢰의 붕괴였다. 민주주의는 제도로 유지되지만, 신뢰로 작동한다. 헌법 조문만으로는 국가가 유지되지 않는다. 권력이 스스로 절제할 것이라는 믿음, 제도가 남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안정된다.
이번 판결로 한 사건의 법적 판단은 내려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남아 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무너진 것은 한 사람의 권력이 아니라, 권력을 바라보던 시민의 신뢰였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