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류지에서 확인한 한·일 관계의 방향성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일본 나라현 호류지를 함께 시찰한 장면은 상징성이 적지 않다. 백제의 영향을 받아 고대부터 이어져 온 한·일 문화 교류의 흔적을 직접 마주하며 두 정상이 친선을 나눈 것은, 양국 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호류지는 일본 불교문화의 출발점이자, 한반도와 일본 열도 간 교류의 깊이를 증명하는 공간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이곳에서 악수를 나누고,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 모습은 외교적 수사보다 더 직관적으로 관계의 온도를 보여준다. 특히 일본 측이 일반 공개되지 않는 금당벽화 원본까지 공개한 것은 이번 방문에 담긴 의미를 분명히 한다. 상대국 정상에 대한 예우이자, 과거를 넘어 미래를 함께 바라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양국 정상은 짧은 일정 동안 세 차례나 악수를 나눴다. 형식적인 의전 이상의 장면이었다. 정치·외교 현안이 아무리 복잡해도, 결국 국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역사 인식과 국익이라는 무거운 과제 속에서도, 신뢰와 존중이 외교의 출발점임을 보여준 순간이다.

 

물론 상징적 장면만으로 한·일 관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과거사, 안보, 경제 현안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갈등의 언어가 아닌 공감의 언어로 출발하는 외교는 분명 의미가 있다. 문화와 역사라는 공통의 자산을 매개로 관계를 다지는 접근은, 대립과 충돌의 악순환을 끊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호류지 시찰은 과거를 미화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과거의 교류 위에서 미래 협력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협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한·일 관계 역시 감정이 아닌 성숙한 외교로 관리돼야 한다. 이번 방문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양국이 신뢰를 축적해 나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