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 이후의 침묵, 국민의힘 쇄신은 왜 멈췄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이 파행 끝에 연기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장시간 서류증거 조사로 핵심 절차가 지연됐고, 결국 구형과 최후진술은 추가 기일로 넘어갔다. 헌정질서를 뒤흔든 사건의 마지막 절차가 흐트러진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정당은 침묵을 택했다. 윤석열 정부를 배출한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심 공판 지연과 관련해 공식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대응 미숙이 아니라 의도된 침묵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이 구형됐을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같은 태도를 보였다. 현안에는 수시로 논평을 내던 정당이, 전직 대통령의 중형 구형과 내란 재판이라는 중대 사안 앞에서는 입을 닫았다. 책임정당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매인 집단의 모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침묵이 최근 장동혁 대표의 ‘사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쇄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계엄을 옹호해 온 인사들의 당내 활동은 제지되지 않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사과는 선언이었을 뿐, 실천은 없었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쇄신은 어디까지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 정리는 왜 매번 ‘침묵’으로 귀결되는가. 사법 절차를 존중한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국민은 정당의 도덕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정당은 단순한 선거 기계가 아니다. 특히 집권 경험이 있는 보수 정당이라면 헌정질서 파괴 사건 앞에서 더욱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잘못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책임을 분명히 할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방조로 읽힐 수밖에 없다.

 

윤석열 내란 재판은 개인의 형사 책임을 가리는 절차이지만, 동시에 그를 배출한 정치 세력의 책임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 거울을 외면한다면, 쇄신은 구호로 끝나고 말 것이다. 침묵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국민은 이미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