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천 비리 앞에서 ‘개인 일탈’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강선우 현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점점 본질로 향하고 있다. 쟁점은 더 이상 한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공천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이다. 야권이 이번 사안을 ‘개인 비위’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은 여전히 안이하다. 탈당과 선 긋기로 사태를 정리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단수 공천이 이뤄졌고, 이후 관련 인사들이 의원직이나 당직을 유지한 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 정치에서 탈당은 책임의 종착지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당 이전에 국민의 대표이며, 공천 비리 의혹은 개인의 거취 정리로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특히 김경 서울시의원의 해외 출국,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들의 책임 회피 논란은 의문을 증폭시킨다. 사실 여부는 수사를 통해 가려질 문제지만, 의혹이 제기된 국면에서 보여준 태도는 결코 책임 정치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민주당이 스스로 공정과 개혁을 말해온 집권 여당이라면, 의혹의 무게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강조했듯, 공천헌금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다. 한 사람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유사한 의혹이 반복된다면 이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관련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해명이고, 침묵이 아니라 공개다. 민주당이 이번 사안을 적당히 봉합하려 든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 신뢰의 붕괴로 돌아올 것이다. 수사기관 역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공천의 공정성은 정당 정치의 출발점이자 민주주의의 최소 조건이다. 그 원칙이 흔들릴 때, 어떤 정치적 명분도 설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