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유출 사태, 정부가 더는 늦출 수 없는 이유

시사1 장현순 기자 | 쿠팡 고객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밖으로 새어 나간 이번 사태는 그 어느 사건과 비교해도 규모와 충격이 남다르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은 물론 일부 주문내역까지 포함된 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해킹 사고를 넘어 국민 생활 전반을 위협하는 중대 보안 참사다. 싸이월드·네이트 사태, SK텔레콤 정보 유출 사건을 모두 뛰어넘는 역대급 사고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쿠팡 전 직원이 중국 국적을 가진 인물이며, 이미 중국으로 떠났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사건의 심각성이 이 정도라면, 대통령이 중국 정부에 수사 협조와 신병 확보, 국내 송환을 즉각 공식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통제력과 수사 능력을 고려할 때 의지만 있다면 하루 만에도 소재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외교는 단순한 계산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만큼은 ‘신중함’을 이유로 정부의 대응이 늦춰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이 걸린 문제이며, 3천만 명이 넘는 개인정보는 이미 사이버 범죄 집단의 거래 표적이 되기 충분하다. 정부가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향후 국가 사이버 보안 체계와 외교적 주권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2차 피해다. 이미 피싱·스미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신고가 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정부는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쿠팡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초기 신고한 유출 규모와 실제 조사 결과가 크게 달랐다는 의혹은 기업이 투명성을 스스로 깎아내린 셈이다.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플랫폼 기업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안 투자와 책임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는 ‘누가 잘못했는가’를 넘어, 한국 사회가 디지털 시대의 기본 안전망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되묻고 있다. 사고는 이미 벌어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발빠른 대응’과 ‘분명한 책임’이다. 정부도, 기업도, 더는 미룰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