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갑질서장 감찰했지만 제 식구 감싸주기 결론"

지인 경조사비 대신 내고, 간식도 사비로 준비하라 직원 압박

 

 

(시사1 = 박은미 기자)18일 YTN보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이 직원에게 사비로 간식을 사도록 압박하고, 지인 경조사비를 대신 내도록 했을 뿐 아니라 예산 집행 과정에서 꼼수를 부려 수백만 원짜리 고급 침대와 운동기구를 서장실에 들인 의혹을 받는다.

 

영등포경찰서 A씨 경리계장은 (영등포경찰서장이) 경리계장이  뭐 하는 사람이냐, 하는 일이 뭐냐, 마인드 안돼 있다는 얘기를 했다.

 

이 같이 (서장의) 갑질에 시달리다 못한 A계장은 경찰청에 진정을 넣었고, 경찰청은 한 달 넘는 감찰 끝에 서장에게 '경찰청장 직권의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찰청의 감찰 결과의 이유는 "경찰서장이 계장에게 개인 돈을 쓰게 하는 등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비인격적 대우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업무과정에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질책"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아서 정식 징계는 하지 않았다.

 

경찰청의 감찰 결과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찰서장이 계장에게 개인 돈을 쓰게 하여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경고'처분이 말이나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등포경찰서장의) 규정에 어긋난 지시가 잇따르자 A 경리계장은 거듭 문제를 제기했고, 계장에게 돌아온 것은 근무 평가 최하위 평점과 업무 배제, 그리고 인격모독성 폭언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단순히 규정을 위반한 것일 뿐 갑질은 아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감찰 결과가 나온 다음 날 감찰 책임자는 다른 경찰서로 옮기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의사를 물어온 사실도 밝혔다.

 

경찰청 감찰담당 관계자는 지난 14일 "내가 같이 근무하면서 서장을 괴롭힐 자신이 있다면 복귀를 좀 하시는 게 좋을 거 같고요. 그게 아니라 그냥 툭 털어버리고 새로운 데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말은 경리계장에게 인사이동을 종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감찰 책임자는 서장 인사는 청장이 단행해 절차가 복잡한 만큼, 피해자가 원하면 다른 데로 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YTN에 해명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감찰담당은 서장 인사는 경찰청장이 단행해야 하는데 규정을 위반한 서장은 그대로 경고 조치만 하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계장에 대해서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면서 이에 대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YTN은 동료 직원들이 "갑질에 시달린 직원이 보호받기는 커녕 오히려 도망치라고 강요받는 현실"이다며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생각을 하고 제 식구 감싸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현재 서장의 갑질을 신고한 경리계장은 우울증 때문에 병가에 들어간 상태다. 경리계장은 곧 병가가 종료되지만, 피해자가 떠나는 선례를 남길수 없다며 영등포경찰서로 복귀하겠다는 의지을 드러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