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국민의힘이 이르면 3월 1일 새 당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 국민 공모 형식을 빌려 ‘보수의 이념과 가치’를 담겠다는 설명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또다시 간판부터 바꾸는 익숙한 장면이라는 냉소가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반복돼 온 당명 변경이 이번에도 위기 탈출의 만능 해법처럼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당명 변경은 처음이 아니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까지, 지난 20여 년간 선거 패배와 위기 국면마다 이름을 갈아 끼워 왔다. 2020년 총선 참패 직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당명이 바뀔 때마다 정치 노선과 인물, 책임 정치까지 함께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이번 당명 개정 역시 6·3 지방선거를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계산이 읽힌다. 공천관리위원회 출범과 맞물려 당의 외형을 새로 정비해 선거 국면을 주도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정작 당이 직면한 핵심 문제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당내 계파 갈등, 지도부 리더십 논란, 정책 경쟁력 부재 등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불거졌던 지도부 책임론은 ‘재신임 요구가 없었다’는 이유로 정리됐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전 당원 투표라는 조건으로 사실상 봉쇄한 뒤, 반응이 없자 “종결됐다”고 선언하는 방식은 리더십 논란을 해소하기보다는 덮어두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위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문제 제기가 멈췄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장동혁 대표가 설 연휴 이후 지방 방문과 지역 재건 대책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역 소멸과 균형 발전은 모든 정당이 꺼내 드는 단골 메뉴지만, 국민의힘이 어떤 차별화된 비전과 실행 로드맵을 내놓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당명 변경과 현장 행보가 정책 경쟁력의 부재를 가리는 이벤트에 그칠 경우, 유권자의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
정치에서 이름은 상징이지만, 상징만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다. 유권자가 묻는 것은 ‘무슨 이름을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느냐’다. 국민의힘이 또다시 당명 교체에 기대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그 효과는 과거와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간판을 바꾸는 정치가 아니라, 내용과 책임을 바꾸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