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김아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이라는 초유의 사법적 상황이 벌어졌지만, 국민의힘의 행보는 반성과 거리두기보다는 오히려 친윤(親尹) 색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공식 사과와 통합 메시지는 있었지만, 인사와 징계, 당 운영 전반에서는 정반대의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국민의힘은 해당 비상계엄을 공개적으로 옹호해 온 조광한 남양주병 당협위원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안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계엄 옹호 인사를 당 지도부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조광한 위원장은 과거 “피 한 방울, 총소리 한번 나지 않은 2시간짜리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몰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전 세계인의 웃음거리”라고 발언하며 계엄을 정당화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당은 “행정 경험과 정치 경륜”, “원외 당협위원장 간 소통”을 이유로 그를 최고위원에 앉혔다.
친윤 인사 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책위의장으로 지명된 정점식 의원 역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 앞 집회에 나섰던 인물이다. 윤리위원장으로 임명된 윤민우 교수 또한 과거 언론 기고에서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는 취지의 글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윤 교수는 임명 직후 “누구인지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인선 자체가 이미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 기조는 당이 내세운 ‘통합’ 메시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윤리위가 한동훈 전 대표를 ‘당원 게시판’ 사태를 이유로 최고 수위인 제명 징계에 처한 것은 당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지방선거를 불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계엄 옹호 인사는 지도부로 끌어안고, 당 대표를 지낸 유력 정치인은 단칼에 제명한 선택이 과연 일관된 기준에 따른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인 구상찬 전 의원은 14일 SNS를 통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은 바보 짓이나 다름없다”며 “중도층을 포기했을 뿐 아니라 정통 보수 진영에도 충격을 주는 결정”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번 징계가 통합이 아니라 “당권과 국민을 기만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최고위원회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하면서, 계엄 옹호 인사 중용과 내부 비판 세력에 대한 강경 징계를 동시에 선택했다. 이는 위기 수습이나 혁신보다는 기존 권력 구도를 공고히 하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사과는 말로 할 수 있지만, 정치는 인사와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판단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준 선택은 ‘단절’이나 ‘쇄신’이 아니라 ‘연속’과 ‘강화’에 가깝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행보가 당에 어떤 정치적 비용으로 돌아올지, 그 책임 역시 국민의힘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