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아름 기자 | 녹취록이 공개된 지 13일 만에 경찰이 움직였다.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된 강선우 의원과 전 사무국장, 김경 서울시의원에 대한 첫 강제수사다. 늦었지만 불가피한 수순이다. 단 이번 압수수색이 “이제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비판 여론에 떠밀린 뒤늦은 제스처인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단순하다. 공천을 앞둔 시점, 공천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인사 주변에서 1억원이 오갔고, 그 인물은 실제로 단수공천을 받았다. 정치에서 이보다 더 노골적인 ‘의심의 구조’도 드물다. 강선우 의원은 “사무국장이 받은 돈이며 반환을 지시했고 확인했다”고 주장하지만, 반환 시점과 경위, 그리고 공천 과정에서의 실제 영향력은 말이 아니라 수사로 가려져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경찰의 속도였다. 김경 시의원의 미국 출국과 ‘CES 관람’ 해명, 텔레그램 계정 삭제까지 이어지는 동안 수사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 사이 ‘도피성 출국’ 논란과 ‘늑장 수사’ 비판만 커졌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출발선이지 결론이 아니다. 그 출발선에 서기까지 13일이 걸렸다는 점에서, 경찰은 이미 신뢰의 빚을 진 셈이다.
정치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강선우 의원은 민주당에서 제명됐지만, 제명은 사법 판단을 대신하지 못한다. 공천관리위원이던 인사가 연루된 의혹인 만큼, 정당 차원의 설명과 성찰도 필요하다. “개인의 일탈”로 정리하기엔 공천이라는 제도의 그늘이 너무 짙다.
공천은 정당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 과정에 돈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굳어진다면, 이는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직결된다. 경찰 수사는 그래서 더 빠르고, 더 투명해야 했다.
이제 공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압수물 분석과 소환 조사가 보여주기식으로 끝난다면, 이번 사건은 ‘공천 비리 의혹’이 아니라 ‘공권력의 무기력’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의 신뢰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분명한 결론으로 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