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사람이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의 취업제한제도에 관한 첫 판단이다.
A씨는 의과대학에 재학중이던 2012년 5월 학교 도서관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4월 공중보건의사로 임용된 A씨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근무를 하던중 경찰서로부터 자신이 아청법상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인천시장은 A씨의 근무지를 비의료기관으로 바꿨고 A씨는 직업의 자유 및 평등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31일 A씨 등이 낸 아청법 제44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조항은 성범죄 전력만으로 앞으로 같은 종류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을 당연시한다"며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일률적인 취업제한을 부과해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의료기관의 윤리성·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를 크게 제한한다"며 "우리 사회가 참고 견디도록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 제한에 있어 재범의 위험성 및 정도에 관한 구체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며 "10년을 상한으로 두고 법관이 개별 심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