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날씨 예보가 최근 연방 오보(誤報)를 내고 있다.
그래서 오보청 이란 말이 다시 떠오를 지경이다. 비 예보의 경우 지난 6~12일까지 1주일 중 닷새는 "장맛비나 소나기가 내린다"고 예보됐지만 단 한 번도 맞히지 못해 '정확도 0%'를 기록했다. 6~7일에는 서울 등 중부지방에 30~80㎜, 많게는 120㎜ 이상 장맛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지만 실제 강수량(서울 기준)은 0㎜였다.
오보 행진의 정점을 찍은 건 12일이다. 기상청은 11일 오후 5시 예보를 통해 "12일 서울에 5~40㎜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로는 12일 새벽에 비가 3㎜ 내리다 이날 오전 8시엔 완전히 그쳤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날 오후 1시 50분까지도 "장맛비가 내릴 것"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12일 밤부터 비가 다시 내릴 것"이라고 하다, 오후 5시가 돼서야 "오늘(12일)은 비가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 하루 전날 예보는 물론 당일치 날씨도 못 내다본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않아 비가 안 내렸다"고 했다.
기상청 날씨 오보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거 '오보청'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심각한 오보를 번번이 냈다. 오보 때문에 기상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하고, 청와대 공직기강 감사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장비를 줄줄이 들여놓았다.
올해 2월부터는 532억원을 들여 구입한 수퍼컴퓨터 4호기가 가동되고 있다. 약 48억명이 1년간 계산해야 할 연산 자료를 단 1초 만에 처리하는 이 고성능 수퍼컴퓨터는 현재 정부가 보유한 국유재산 물품 중 가격이 가장 높다. 한 달 전기료만 2억5000만원이 든다.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 모델' 프로그램도 지난 2010년 영국 기상청으로부터 들여와 연간 10만파운드(약 1억5000만원) 사용료를 주고 있다. 각종 관측 장비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이처럼 갖출 건 다 갖춘 여건인데도 오보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기상청 예보관들의 능력 문제와 기상청 인사 문제 등이 꼽힌다. 수퍼컴퓨터와 수치예보 프로그램이 날씨 예보 결과를 내놓으면 예보관들은 자신의 해석을 가미해 최종적으로 예보를 낸다. 국민들이 접하는 예보의 마지막 단계에 예보관의 판단 능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기상 전문가 A씨는 "예보 정확도는 수치예보 모델 성능이 40%, 모델에 입력되는 기상 관측 자료가 32%, 예보관 능력이 28%를 차지한다고 과거 정부 연구용역에서 분석됐다"면서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장비이더라도 예보관 능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잦은 보직 순환으로 한곳에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환경"이라며 "오보 비판이 있을 때마다 기상청이 '예보관 능력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예보관들이 2~3년마다 다른 부서로 옮기는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가 불안정해 날씨 예측이 쉽지 않자 예보관들이 조금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으면 비 예보를 하는 경향도 최근 잦은 오보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기상청은 이에 대해 "방재 측면에서 호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고려해야 한다는 게 기상청 입장"이라며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