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가스폭발 현장…'안전관리에 구멍'

 

근로자 4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 현장에는 가스누출 경보기나 환기구 등이 없는 체로 작업을 했고 작업을 한 후 가스통과 산소통 등의 용기구를 옥외로 이동시키지 않았다. 안전의식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또 안전관리자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남양주경찰서는 "현장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가스 누출 경보기와 환기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2일 밝혔다. 화재나 폭발 같은 사고 위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화재 감시인과 현장 소장도 사고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상자 14명은 모두 포스코건설의 협력 업체인 매일ENC가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였다. 이들은 경보기 등 안전 장치와 안전 관리자가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지하 15m 공구로 내려가 1500도 이상 고온(高溫)으로 철근을 자르는 용단(용접 절단)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용접·용단 작업 시 화재 예방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고온의 불티(불똥)가 튈 수 있는 작업장에는 화재 감시인을 배치해야 한다. 화재 감시인은 비상 경보 장치가 작동하는지 파악하고 작업이 끝난 후 30분 이상 현장에 남아 있게 돼 있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매일ENC는 근로자 14명에 대해 용접 자격증 소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자 14명 중 3명만이 용접공이었고 나머지 11명은 용접 자격증이 없는 철근공과 굴착공이었다.

 

작업 전 근로자 안전교육은 원래 협력업체인 매일ENC 현장소장이 하게 돼 있다. 매일ENC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현장소장이 출근하지 않아, 직원이 대신 교육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실제 교육이 이뤄졌는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14명의 사상자는 일용직 노동자였고, 일당 16만~18만원을 받았다. 이 공사장에는 매일ENC 간부 2명과 포스코 직원 1명이 출근해 있었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소방 당국과 합동 감식을 벌여 사고가 난 지하 공구 안에 가스 노출 경보기와 환기구 잔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사고 전날 근로자들이 작업을 끝낸 후 프로판(LP) 가스통과 산소통을 옥외 저장소로 옮기지 않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치우지 않은 가스통에 연결된 호스에서 가스가 장시간 누출됐지만, 경보기가 없고 이를 점검할 책임자도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용접기에 불을 붙이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