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소방공무원 1차 합격자 발표 오류는 시험을 관리하는 중앙소방학교의 총체적 관리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중앙소방학교는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 필기시험 결과 발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합격자 중 4명을 불합격시키고 동점자 2명을 포함해 총 6명을 합격시켰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은 소방관련 학과 출신을 대상으로 소방사(9급 상당)를 선발하는 전형이다. 1991년부터 매년 1차례씩 실시해 왔다. 올해는 총 46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지난 9일 필기시험에 총 2625명이 응시했고 이 중 987명이 합격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적이 이상하다고 3명이 문제를 제기하며 10명의 운명은 달라졌다. 이 시험은 지원 지역과 분야에 따라 합격자 규모가 다르다. 문제가 된 서울지역 소방전공분야의 경우 선발 예정자(10명)의 2배수를 엑셀자료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17명이 누락됐고 그 결과 합격선에 들지 못한 4명이 합격자로 발표된 것이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소방학교는 문제를 제기한 3명과 동점자 2명을 포함해 총 6명을 합격자로 정정 발표했다. 이미 합격통지를 받은 4명은 불합격 처리했다.
얼마 전 발생한 7급 공무원시험준비생의 시험성적 조작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소방학교는 직원 개인의 실수라고 강조했다. 윤순중 중앙소방학교장은 “채점실 출입문과 채점실 외곽 CCTV를 모두 확인한 결과 외부인 출입은 없었다”며 “채점실은 인터넷망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소방학교의 시험성적관리 부실이었다. 소방학교가 보유한 채점장비는 응시자들이 작성한 OMR카드를 스캔해 점수를 산출하는 장비다. 여기서 산출된 점수는 엑셀파일로 전환되고 소방학교 소속 인재채용팀 담당자는 이를 지역별, 성별로 구분해 고득점자를 정렬한다. 그런데 엑셀파일 정리 과정에서 남성 12명, 여성 5명의 점수가 누락된 것이다.
인재채용팀 직원은 총 8명이다. 이 중 엑셀파일을 담당한 직원은 1명에 불과하다. 엑셀로 합격자를 정리하고 이를 재검토 하는 인력은 따로 없었다. 소방학교는 채점 과정에서 오류 방지를 위해 총 8명의 채점위원들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적발되지 않았다. 엑셀파일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소방학교장은 “직원이 고의로 이를 수정한 게 아님을 이미 확인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채점장비를 전자동 장비로 개선하고 1대에서 2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처는 내부감찰에 나선 상태다. 감찰팀 관계자는 “개인의 조작인지 단순 실수인지 여부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있다”며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서 엄중 처리하겠다. 1차 조사하고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경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