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관리 부실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현직 권력 핵심 인사들이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전체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때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감사원의 코로나19 대응 실태 감사에서 비롯됐다. 감사 보고서에는 백신 이물질 신고 1285건,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 접종 2703명 등의 문제가 담겼다. 특히 질병관리청이 이물 신고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하지 않았고 동일 제조번호 백신에 대한 신속한 접종 보류 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방역 행정에서 관리 부실이 있었다면 철저한 진상 규명은 당연하다.
단 수사는 어디까지나 사실과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 자체로 큰 정치적 파장을 동반하는 만큼 더욱 엄정하고 신중해야 한다. 정치 보복이라는 의심을 남겨서도 안 되고, 반대로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패로 이용돼서도 안 된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만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권성동 의원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일반적인 정치자금법 위반보다 죄질이 훨씬 중하다”고 판단했다. 정치권과 특정 종교단체 사이의 부적절한 거래가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공적 권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정권의 지원을 청탁하는 대가로 자금이 오갔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정치는 책임의 자리다. 권력을 가졌던 사람일수록 더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도, 정치 공세도 아니다. 국민 앞에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고 법적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다. 그것이 무너진 정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