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공습 사망…수뇌부 ‘회의 강행’ 치명적 오판

시사1 박은미·김기봉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군·정부 핵심 수뇌부가 한꺼번에 사망한 배경에는 전쟁 임박 상황에서도 고위급 회의를 강행한 이란 지도부의 전략적 오판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37년간 이어진 최고지도자 체제가 갑작스럽게 붕괴되면서 이란은 임시 지도체제를 가동하며 체제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이날 테헤란 등지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를 겨냥해 공습을 단행했고, 이 공격으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최소 50명의 군·정부 핵심 인사가 사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사전에 고위급 회의 개최 첩보를 확보하고 공격 필요성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당시 중동 지역에는 항공모함 전단 2개 등 미군 전략자산이 대거 집결해 공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란 지도부가 수십 명의 핵심 인사를 한자리에 모은 것은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판단 실수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발발 가능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수도 테헤란에서 공개적인 회의를 진행한 것이 지도부 ‘동시 제거(decapitation strike)’를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공격이 통상적인 새벽 기습이 아닌 대낮에 이뤄졌다는 점도 이란 측 방심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군사작전이 야간에 진행된다는 기존 인식이 경계 태세를 느슨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습으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뿐 아니라 알리 샴카니 군사고문,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핵심 권력 인사들이 대거 사망하면서 이란 권력 구조는 순식간에 공백 상태에 빠졌다.

 

이란 지도부는 즉각 비상 체제로 전환했다. 하메네이 사망 직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알리레자 아라피 헌법수호위원 등 3인으로 구성된 임시 지도자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체제 유지에 나섰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반미 강경 성향의 성직자인 알리레자 아라피 위원이다. 그는 종교계에서는 영향력이 크지만 국제사회와 대중에게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하메네이의 후원을 바탕으로 정치적 입지를 확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최근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내부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요소로 거론된다. 이 밖에도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 호메이니 등이 차기 지도자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88명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가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하며, 외신들은 수일 내 후계자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영국 가디언은 이날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인터넷 차단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내부 동요 확산을 차단하고 정권 안정화를 위한 정보 통제 조치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최고지도자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중동 정세 전반의 불확실성을 급격히 키우며 지역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