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압박, 이행 속도전…조현 장관 방미의 의미

시사1 윤여진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관세 재인상 언급은 합의 파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은, 최근 한미 간 통상 긴장을 관리 가능한 범주로 묶어두려는 정부의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인상 시사 이후 시장과 외교가에서 제기된 ‘합의 흔들림’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메시지인 셈이다.

 

조현 장관은 3일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미국이 보내는 신호는 압박이라기보다 이행을 서둘러 달라는 요청”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가 여전히 유효하며, 다만 미국 측이 가시적인 진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관세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구조적 충돌로 번지는 것을 경계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핵심은 통상 현안 그 자체보다도 ‘이행 방식’에 있다. 미국은 합의된 사안의 속도와 실질 성과를 중시하는 반면, 한국은 국회 비준과 입법 절차라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조현 장관이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이 분명한 민주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합의 이행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절차의 문제라는 점을 미국 측에 설득하려는 맥락이다.

 

이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러트닉 상무장관을 상대로 한국의 상황을 설명한 만큼,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메시지의 일관성과 확산에 방점을 찍고 있다. 루비오 장관뿐 아니라 미 의회 인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명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은, 관세 문제를 행정부 차원을 넘어 입법부까지 포괄하는 외교 사안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관세 이슈가 안보나 원자력 협정 등 다른 협상 카드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현 장관이 선을 그었다. 이는 한미 관계 전반을 ‘패키지 협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통상과 안보를 분리 관리하겠다는 기존 정부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관세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관세와 안보 협상을 둘러싼 합의 이후, 실제 이행 국면에서 양국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좁혀질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조현 장관이 다음 날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는 일정 역시, 통상·공급망·안보가 맞물린 현안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방미 외교의 성패는 미국의 ‘속도 요구’와 한국의 ‘절차적 제약’ 사이에서 얼마나 현실적인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조현 장관의 발언은 한미 간 이견을 갈등이 아닌 조율의 문제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