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김아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당 쇄신을 약속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말과 현실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냉소가 확산되고 있다. 사과의 언어와 달리 당의 실제 행보는 오히려 극단화·퇴행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당명 변경을 포함한 쇄신 절차 착수, 청년·전문가 중심 외연 확장, 6·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 연대 구상을 제시하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질의응답 없이 일방적 발표로 끝났고, 곧바로 당 쇄신의 진정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진보당은 같은 날 “조금도 바뀌지 않은 이기적 몽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형식만 쇄신일 뿐 내용과 태도 모두 과거와 다르지 않다”며 “윤석열 내란 세력과의 절연조차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 안팎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쇄신 선언과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도 확장 카드로 영입됐던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지도부는 이를 만류하지 않았다. 반면 새로 구성된 윤리위원회에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온 윤민우 가천대 교수가 윤리위원장으로 선임돼 논란을 키웠다. ‘윤리’와 ‘부정선거 음모론’의 결합 자체가 쇄신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여기에 극우 성향 유튜버 고성국의 최근 국민의힘 입당은 당의 현재 좌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성국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 반대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5일 김재원 최고위원의 추천으로 입당 원서를 제출했고, 김 최고위원은 이를 직접 받아 추천인란에 이름을 올렸다.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는 사이, ‘계엄은 잘못이었다’는 사과와 ‘계엄을 옹호해온 인사의 입당’이라는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 풍경이 연출된 셈이다.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이 과거 고성국을 향해 “부정선거 앵무새”라고 비판한 것과도 대비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일련의 흐름이 우연이 아니라 장동혁 대표 체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장동혁 체제를 강하게 옹호해 온 고성국은 입당하고, 비교적 합리적 인사로 평가받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떠났다”며 “이 상징적 장면이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국민의힘 쇄신 논란의 핵심은 ‘무엇을 바꾸겠다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여전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명 변경과 세대 교체 구호는 반복되지만, 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의 실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극단적 지지층과의 거리 설정 등 근본 질문은 빗겨 나갔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관계자는 전날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은 사과를 했지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며 “사과와 쇄신이 진짜라면, 가장 먼저 불편한 관계부터 정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