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훈 시인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 속 깊이깊이 아로 새길까 기쁨 앞엔 언제나 괴로움이 있음을,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영원의 눈길 지친 물살이 천천히 하염없이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사랑이 흘러 세느강물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찌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하더냐, 희망이란 또 왜 격렬하더냐.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햇빛도 흐르고 달빛도 흐르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가니, 우리의 사랑은 가서는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만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아폴리네르, 시 ‘미라보 다리’ 프랑스의 시인이자 평론가로 이름을 널리 알린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를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아폴리네르 시인은 입체파 화가로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의 친구로도 유명하다. 또 초현실주의 및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불린다. 아폴리네르 시인이 작품인 미라보 다리는 프랑스 파리를 흐르는 세느강 위에 놓인 다리다. 그리고 이 시
▲우태훈 시인나는 진실한 마음의 결합을 조금도 방해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변한다거나 반대자에 의해 굽힌다고 하면 그런 사랑은 사랑이라 할 수가 없다.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사랑은 폭풍우가 몰아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영원히 고정된 이정표다. 사랑은 이리저리 헤매는 모든 배에게 얼마나 높은지는 알 수 있어도 그 가치는 모르는 빛나는 별이다. 장밋빛 입술과 뺨이 세월이 휘어진 낫을 비록 피할 수는 없다고 해도 사랑은 세월의 어리석은 장난감이 아니다. 사랑은 한두 달 사이에 변하기는 커녕 운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참고 견딘다. 이것이 착오라고 내 앞에서 증명된다면 나는 글 한 줄도 쓰지 않았을 테고 아무하고도 사랑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시 ‘사랑과 세월’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사랑과 세월’이란 작품을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1564년 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출생한 셰익스피어는 희·비극을 포함한 38편의 희곡과 여러 권의 시집 및 소네트집을 남기며 ‘세계의 대문호’로 이름을 남겼다. 우선 셰익스피어의 시 ‘사랑과 세월’에서는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우태훈 시인어느 사람이든지 그 자체로써 온전한 섬은 아닐지니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양의 한 부분이어라. 만일에 흙덩어리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게 될지면 유럽 땅은 또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만일에 모래벌이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며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렇게 되어도 마찬가지어라.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나란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를 위하여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므로. -존 던, 시 ‘누구를 위하여 종(鐘)은 울리나’ 이번 칼럼에서는 영국의 성직자이자 시인으로 활동했던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1572년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엔 ‘연애시’를, 말년엔 ‘종교시’를 주로 썼다. 그의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엑스터시’와 ‘안녕’, ‘노래와 소네트’ 등이 있다. 그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소개한 까닭은 이 작품에서 표현되는 사람의 분위기가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존 던 시인은 이 작품에서 사람을 섬으로 비유하며 ‘온전한 사람’은 없음을 설명
▲우태훈 시인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찌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게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김종해 시인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 시인은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내란’으로 당선됐고,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낼 만큼 명망이 높은 시인이다. 김 시인은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역경과 환난을 당하는 일을 파도치고, 바람이 부는 자연현상에 비유했다. 그뿐인가. 사랑에도 역경과 환난이 없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과 사랑의 아픔 등 역경을 이겨낸 후에 꽃이 피는 봄이 온다고. 이제 봄은 멀지 않았다. 혹독한 겨울 차가운 삭풍을 몸소 견디어 내는 당신이 바로 새봄의 주인공이라고. 김
▲우태훈 시인.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 시 ‘해’ 이번 칼럼에서는 청록파 시인 중의 한 명인 박두진 시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박 시인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 경기도 안성시에서 태어났다. 박 시인은 초기에 역사 및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작품을 썼고, 후기엔 기독교적 신앙체험을 고백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 ‘해’라는 작품은 일제암흑기를 몰아낸 8
▲우태훈 시인해병대산이 맘껏 밟으라고 눈길을 내주었다. 혼자가 아닌 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자 화들짝 놀란 다람쥐가 곁에 서서 걷는 것이었다.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보듬어 주었다. 눈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밟으며 종소리를 따라서 간다.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억으로 남겠는데 했더니 다람쥐는 콧방귀 뀌면서 좋을 때만 마누라지 한다. 너털웃음이 귓가를 스쳐간다. ‘옛기 이 사람아’ 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자박자박 네 발걸음이 사천 번쯤 찍히자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이 보이셨다. 누가 경배하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모두 고개 숙여 경배하는 모습이 마구간 추위를 녹이는 듯 싶었다. - 우태훈, 시 ‘눈길을 밟으며’ 필자가 지난 2014년 10월에 출간한 시집 ‘눈길을 밟으며’에 수록한 작품 ‘눈길을 밟으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지난 2013년 성탄절을 맞이해 아내와 성탄절 미사를 보러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해 성탄절은 눈이 많이 와서 온 세상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서울대교구 금호동성당은 해병대산 산기슭에 자리한 아름다운 성전이다. 성탄절 미사를 보러 가서 사람들의 마음 또한 새하얗게 맑고 깨끗하리라고 보여진다.
▲우태훈 시인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시 ‘나그네’ 이번 칼럼에서는 저번 칼럼의 화답 성격으로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저번 칼럼에서 조지훈 시인의 ‘완화삼(玩花衫)’을 다뤘다. 1916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박 시인의 이름은 ‘박영종’으로 ‘목월’은 호로 쓰였다. 조 시인과 박 시인은 당시 청록파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래선지 박 시인의 나그네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해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그중 박 시인이 조 시인을 자신이 자란 경남 경주로 초대했고, 두 사람은 문학과 사상 등 많은 대화를 이어갔다. 이때 경험담을 조 시인이 박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완화삼’을 보냈고, 박 시인은 조 시인에게 답장으로 ‘나그네’를 보냈다고 한다. 이 시를 새해 첫 칼럼으로 소개하는 이유도 있다. 바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구절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작년 너무나 힘든 한해를 보냈다. 이에 새해에는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고, 우리 모두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
▲우태훈 시인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조지훈, 시 ‘완화삼’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나라가 광복을 한 1946년 조선청년문학가협회를 창립한 문인 조지훈 시인의 시 ‘완화삼’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는 조 시인이 조선청년문학가협회를 창립하던 해에 ‘상아탑’ 잡지 5호를 통해 발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꽃을 완상하는 선비의 적삼이다. 이 작품은 조 시인이 박목월 시인에게 보내는 것으로, 이 시의 화답으로 박 시인 역시 ‘나그네’를 지었다. 조 시인과 박 시인은 당시 청록파 시인으로 활동했다. 청록파 시인이란, 문학을 표현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자연을 바탕으로 인간의 염원과 가치를 성취하기 위한 공통된 주제로 시를 쓴 인물들을 지칭한다. 광복 후 만들어진 시라고 해도, 일제 말기를 살아가던 청록파 시인들의 입장에서 ‘어두운 현실’을 마땅히 달랠 길이 없었을 터. 따라서 자연을 소재로 본인들의 입장을 담고자 했던 것
▲우태훈 시인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들에는 오곡백과 풍성하네 그려. 저 멀리 여객선 통통소리 들릴 듯, 바다에는 흰 파도 흰 파도라네. 밤하늘 별들이 아름답게 수놓으면, 멍석이라도 길에 펼쳐놓고 지난 얘기 밤 깊어가네. 반딧불 번쩍번쩍 이따금 시원한 바람, 이마를 스쳐가면 선풍기가 필요없다. 고향의 집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우태훈, 시 ‘고향의 집’ 필자가 지난 2008년 상반기 시인 커뮤니티인 ‘시마을’에 출품작으로 낸 ‘고향의 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부동산 문제와 ‘살짝’ 궤를 같이 한다. 요즘 수도권 어디를 가 봐도 꼭 언급되는 말이 있다. 바로 “재개발”이다. 필자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 장흥리 서남촌 갯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갯마을은 재개발로 인해 현재 과거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뿐인가. 필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갯마을에는 수많은 반딧불들이 밤하늘을 비췄다. 어릴 적엔 반딧불을 잡으려고 여러모로 뛰어다닌 적이 있었다. 가을철 풍성한 들녘이 펼쳐지고, 여름밤엔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혀주던 내 고향. 아련한 추억이 깃든 그곳은 차마 잊혀지지가 않는다
▲장유리 교수“선정릉이 그립다.” 지난 주말 필자가 무의식적으로 언급한 발언이다. 틈만 나면 국외를 누비며 글로벌 문화활동을 했던 탓일까. 코로나 사태로 ‘방콕(방에 콕 밖혀있다)’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이러한 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교단도 종강을 알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하루하루 작은 여유가 생기자 집 근처 선정릉이라도 나서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선정릉이 그리운 이유는 단순히 코로나에 따른 외출 삼가에만 한정되진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도심 속 넓은 공간의 왕릉이 자리한 것은 이 선정릉이 유일할 것이다. 이는 가수 싸이를 통해 서울 강남이란 지명을 전 세계적으로 알렸음에도 마음 한구석 씁쓸한 이유다. 강남의 명소이자 긴 역사를 자랑하는 선정릉의 유래와 특징 등은 외국인에게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조차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정릉은 조선 전반기를 꽃피운 성종 및 중종 역사와 연관이 깊다. 무엇보다 왕릉에 왕의 유해가 없고 의복만 안장 돼 있는 점은 특수한 부분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Clever thing 클레버씽!! 이를 스토리텔링화한 융복합 실감형 콘텐츠로 문화향유의 장에서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