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의 전통 텃밭을 장악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이는 전(前) 대표이자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서 전국적인 선거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 방문 여부를 두고 당 안팎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7일 현재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후보들의 요청이 있다면 다른 지역과 다름없이 유세활동을 할 수 있단 입장이지만, 당은 호남전역에 반문(反문재인)정서가 퍼져있다고 보고, 직·간접적 수단으로 '호남행(行) 자제'를 강조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전날(6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행에 대해 "전체 호남 투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문 전 대표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문 전 대표는 당내 지위나 역할 면에서 '텃밭 지지층'을 보러 가는 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호남행을 택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문 전 대표는 당내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영남 대통령 후보론'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호남행 열차'를 타야 하는 입장이다. 당에선 거제가 고향인 문 전 대표와 같은 영남권 인사들을 대선후보로 내세워왔는데, 이는 '호남표가 기반이 된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진다. 즉, 호남민심을 얻지 못한다면 아무리 영남권 출신인사라도 당 대선주자로 간택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문 전 대표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전날 경기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진행된 표창원 후보(용인정) 지원 유세에서 "광주가 환영하지 않는 야권의 대권후보는 있어본 일도 없다"고 공격한 김한길 국민의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 대선주자 자격이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호남만 갖고서도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를 맞받아쳤다.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는 호남만으로도 안 되고, 호남을 배제한 가운데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 친노(親노무현)만으로도 안 된다"며 "호남과 바깥의 민주화 세력, 국민들로부터 폭넓게 지지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대권에도 도전할 자격이 생기고, 정권교체를 할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