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악취가 난 체로 운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평균 50만여명의 서울·수도권 주민이 이용하는 지하철 1호선 10량중 8량은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폐쇄형 차량'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1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계속해서 '악취가 난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3일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지하철 1호선 운행차량중 환기장치가 아예 없는 차량은 전체 1328량중 78.2%인 1038량에 달했다. 환기장치를 갖춘 290량에서도 190량만 정상적으로 환기조절이 되는 시설을 갖췄을 뿐 나머지 100량은 수동식 '환기 팬'만 장착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 1호선을 분담,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1호선 160량 가운데 60량(37.5%)은 환기장치가 아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00량은 '환기 팬'을 갖췄지만 그나마 승객들의 민원('냄새가 너무 심하다'는 항의)이 불거지거나, 날씨가 습할 때 기관사가 자의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노선 운영주체인 코레일의 경우 1호선 1168량중 83.7%에 달하는 978량이 환기장치 없이 운행중이다. 코레일이 소유한 전동차량 가운데 자동환기시스템을 갖춘 것은 190량에 불과했다.
서울메트로와 코레일 측은 이와 관련, "1호선 지하 구간인 서울역~청량리 구간은 역과 역사이 거리가 짧아 승객들이 타고내리 때 출입구가 열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환기 효과가 있다"고 항변한다.
코레일측은 "1호선의 경우 서울역~청량리 구간을 뺀 95% 구간이 지하가 아닌 지상"이라며 "(차량에 별도의 환기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자연환기만으로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서울메트로 역시 "지하철 1호선은 역(驛) 사이 거리가 짧아 출입문을 여닫는 것만으로도 냄새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며 "환기장치가 없기 때문에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지하철 1호선이 이처럼 차량 환기에 취약한 원인은 '노후 차량'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가 가동시키고 있는 1호선 160개 차량 가운데 60량은 지난 1993년 이전에 도입됐다.
코레일 역시 자동환기시스템이 설치된 190량 만이 2005년 이후 도입된 신형일뿐 나머지는 도입 시기조차 제대로 밝히기 꺼릴 정도로 낡은 것들이다.(실제로 코레일은 뉴시스가 도입년도에 따른 환기시설 현황 자료를 요청했으나 밝히기를 거부했음)
전문가들은 "지하철 차량내 공기정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악취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승객들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자동환기시스템 구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지적과 관련,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시민들을 위해 신규차량 제작시 자동환기시스템을 적용하겠다"며 "이와 병행해 도입된지 21년이 지난 노후차량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개선·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