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대구·울산·강원·경북 지역의 모든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당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도 제주지역 3개 의석을 독차지했다.
이처럼 한 정당이 지역 모든 의석을 차지하는 ‘싹쓸이’ 현상이 20대에서도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박빙 지역을 승리로 이끌 만한 ‘거물 정치인’의 부재로 소지역주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야권분열, 무소속 돌풍이 과거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선거는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했고, 그 영향력은 강원과 영남권 싹쓸이로 이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1일 “강원도, 영남, 충북 지역 등은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방문 전후 판세가 달라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도 ‘박근혜 대 반(反)박근혜 구도’로 요약될 정도로 여전히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선거판의 중심 변수다.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직접 선거를 지휘했던 19대 때와 비교하면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 여야 선거를 이끌고 있는 인사들의 경우 접전 지역 표심을 뒤흔들 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개별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을 경우 지역 특성과 선거를 주도하는 파괴력 있는 인사의 영향력이 합쳐져 선거구별 승부가 결정된다”며 “이번 총선에선 여야 모두 5% 내의 초박빙 지역 판세를 뒤집을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공천 파동에 따라 현역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한 새누리당과 총선 전 둘로 쪼개진 야권 모두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텃밭인 영남이나 호남 등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가져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9대 때 경북 15석을 모조리 가져왔던 새누리당은 선거구가 13석으로 줄어든 20대 총선에서도 싹쓸이를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구미을과 포항북에선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역 의원과 재선 시장 출신 후보를 상대로 새누리당 후보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동을에 후보를 내지 않아 새누리당의 대구 독차지는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남 역시 야권 후보 단일화(창원 성산)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더민주 김경수 후보(김해을) 등의 선전으로 새누리당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다.
남북 접경지역인 강원도에서 새누리당의 선거구 석권 가능 여부는 공천에 불복해 출마한 무소속 후보의 선전 여부에 달려 있다. 동해·삼척 이철규 후보,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김진선 후보,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정해용 후보는 각각 경기경찰청장, 3선 도지사, 강원경찰청장 등을 지낸 중량감 있는 무소속 후보들이다.
더민주는 17대(열린우리당)·18대(통합민주당)·19대(민주통합당) 등 내리 세 번 제주도 3개 지역구를 싹쓸이했지만 이번에는 고전이 예상된다. 현직 의원 2명이 각각 의원직 상실과 공천 탈락으로 후보로 나서지 못한 데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지사가 탄생하는 등 여당 우호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