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낮 12시 40분쯤 전북 정읍시 북면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정읍휴게소 부근에서 발생한 22중 추돌 사고는 미끄러운 눈길을 무시하고 달린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였다.
이날 전북 지방엔 새벽부터 많은 눈이 내렸다. 정읍의 적설량은 5㎝였고, 일부 지역은 20㎝가 넘었다.
전남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호남고속도로 천안 방면 상행선 133㎞ 지점에서 1차선으로 달리던 대형 승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역방향으로 멈춰 섰다.
바짝 뒤쫓던 다른 승용차가 부딪쳤고, 그 뒤를 따르던 고속버스도 두 차량을 들이받았다.
뒤따르던 다른 차들 역시 급제동을 걸다가 미끄러졌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 김모(69)씨가 크게 다치고, 다른 운전자 7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날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지하차도에선 차량 6대가 연쇄 추돌해 버스 운전사 이모(55)씨가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로 노면이 젖어 있거나 눈이 20㎜ 미만 쌓여 있는 경우 운전자는 최고 속도에서 20%를 감속해야 한다.
폭우·폭설·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이거나 노면이 얼어붙은 경우, 눈이 20㎜ 이상 쌓였을 때는 최고 속도의 50% 정도로 운전하게 돼 있다.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과속'에 따른 범칙금을 내야 한다.
안개로 가시거리가 10m 미만이거나 적설량이 10㎝ 이상이면 긴급 통행 제한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찰은 악천후 상황에서 교통법규를 어기는 차량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악천후에 운전자가 속도를 20% 이상 줄이지 않는다고 해서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속이 쉽지 않다면 차량들이 악천후 속에서 스스로 감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고·안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가변형 속도 표지판(전광판)은 46개(서해대교 44개·남한강교 2개)뿐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는 안개가 얼마나 짙은지를 감지해 제한속도를 바꿔주는 전광판을 시범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