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한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경제·금융제재에서 풀려나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때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의 부분적인 경제제재 조치 이후 37년 만이며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전면적인 무역거래 중단 이후로는 21년 만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고위대표도 "오늘(16일) 대이란 제재가 풀리는 '이행일(Implementation Day)'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지난해 7월14일 주요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핵협상을 타결한 지 6개월 만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란이 핵합의안(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핵 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이행해 서방의 제재 해제 조건을 충족했음을 검증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란에 부과됐던 서방의 제제가 어느 정도 풀리게 됐다.
이란은 그동안 '예외 국가'로 분류됐던 중국과 한국·일본 등 일부 국가는 물론 유럽에도 원유·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외국 금융기관과의 자금거래도 다시 가능해졌다.
또 이란은 해외에 동결됐던 1,000억달러의 자산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이란은 8,000만명의 인구로 제재 이전까지 중동 최대 시장을 형성했지만 37년간 계속된 제재 탓에 인프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 빗장이 풀리면서 서방의 투자와 교역이 크게 늘어나는 등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당장 이란의 복귀가 국제경제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불안요인 가운데 하나인 유가 하락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란산 원유의 국제원유시장 복귀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15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3대 원유지수가 12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으며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졌다.
그 여파로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2% 이상 폭락했다. 또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부상으로 역내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적대국인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더 증폭되는 등 중동 지역의 정치·외교지형에도 격변이 예상된다.
한편 16일(현지시간)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 해제를 계기로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가 앞으로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급부상에 현재의 중동 패권국인 사우디가 노골적인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도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고립된 사이 중동의 맹주로 위상을 굳혀온 사우디는 이란의 국제 사회 복귀와 세력 강화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사우디보다 2.6배나 많은 인구와 군사력을 보유한 이란이 원유 수출 재개 등으로 경제력을 키우게 되면 사우디의 위상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지금까지 미국 등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동에서 주도권을 행사해왔지만 이란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교역을 확대하고 다른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 상대적으로 자국의 국제적 입지가 크게 약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의 핵협상 타결 이후 미국과 유럽 각국은 물론 일본 등 선진 각국은 이란과의 경제 교류와 협력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로 막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는 이란의 경제적 잠재력도 사우디의 경계 대상이다.
한편 4차 핵실험으로 국제 사회의 비난과 강력한 안보리 제재에 고립이 현실화 되어있는 북한의 반응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