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하면 귤?

올겨울 귤값 대폭락…수확 포기 속출

 2015년 12월 전국 공판장에서 귤의 평균 경락가격은 10㎏당 9527원까지 떨어졌다. 2015년 10월1일부터 12월26일까지 평균가격은 10㎏당 1만764원으로, 가격이 안 좋았던 2014년산보다도 5%, 2013년보다는 21%나 낮았다. 농민들은 10㎏당 1만3000~1만4000원은 돼야 영농비라도 건진다고 말한다. 비상사태다.

올겨울 귤값이 폭락한 가장 큰 이유는 이상기후 탓이다. 정상적인 귤 수확기는 11월10일부터 12월15일 사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제주에서는 한달 중 20일 가까이 비가 왔다.

 

 비 맞은 귤을 따서 저장하면 금세 썩어버린다. 하지만 마음이 조급한 농민들이 비 맞은 귤을 수확했고, 썩은 귤이 많이 나오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날씨가 개기를 기다렸다 수확한 품질 좋은 귤은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져나오니 가격이 오르지 못한다. 지금 가격으로는 인건비도 안 나오니 나무에 매달린 채 썩어가게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농가도 많다.

 

제주도는 12월에 품질이 떨어지는 귤 4만톤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 긴급대책을 내놓았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내산 과일도 귤을 위협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딸기다. 제주도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노지 감귤 출하 시기(10월~2월)에 딸기·토마토 등 과채류 출하량이 매년 12%씩 증가했다. 이마트 과일 담당 신현우 바이어는 “예전에는 딸기가 주로 나는 시기가 2~3월이었다. 하지만 겨울에 강한 ‘설향’이라는 품종이 개발돼 보급되면서 최근 3~5년 사이 딸기 출하 시기가 12월~1월로 당겨졌다. 귤이 딸기에 치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해 5월 ‘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 5개년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제주 감귤산업은 딸기 등 경쟁과실의 등장과 자유무역협정 파고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전체 과일 소비량이 늘지만, 선호하는 과일도 다양해진다. ‘국민 과일’로 꼽히는 품목들은 소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제주도가 지난해 발표한 감귤혁신 5개년 계획의 핵심도 ‘적정생산’이다. 이미 제주도의 감귤 재배면적은 2000년 이후 약 20% 줄었다. 노지 감귤 출하량도 최근 10여년 사이 70만톤대에서 55만~60만톤으로 줄었다. 앞서 일본은 1973년 339만톤에 이르던 귤 생산량을 2013년 90만톤까지 줄였다. 이마트 신현우 바이어는 “유통하는 입장에서 보면 45만톤 밑으로 내려가는 게 맞다고 보지만, 그만큼 생산량을 줄이려면 거액의 예산을 들여 나무를 뽑는 농가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