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진교병변(陳橋兵變)으로 황제에 즉위 <07>

제2절 무혈쿠데타 진교병변(陳橋兵變) (05)

모든 장령들이 그의 요구대로 복종할 의사를 표명하자 조보는 자신에게 먼저 승부수를 던지고 주동적으로 이 역사적 사명을 떠안기로 했다. 그는 조광의, 이처운 등 측근들과 함께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웠다. 장수들은 각자 관할하는 병영으로 돌아가 부대가 이동하는 행동요령을 주지시키는데 만전을 기하고 명령을 기다리도록 한다.

군대리부(軍隊吏部) 곽정빈(郭廷贇)은 밤새도록 말을 달려 경성에 돌아가 석수신과 왕심기에게 이번 병변의 상황을 통보하고 내응하도록 조치한다. 또 전령관(傳令官) 초소보는 경성에 돌아가 조광윤의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안전한 사원(寺院)으로 피신시킨다.

이때부터 조보는 벌써 안정적인 지휘능력을 갖춘 재상의 풍모를 과시했다. 이로써 한 차례의 병변이 발발하게 되었다. 조광윤이 편안히 잠자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황제’의 운명은 형성되었다.

 

960년 1월 4일 동이 틀 무렵, 조광의와 조보가 조광윤의 군막 안으로 들어와 지휘관들이 모두 막사 앞에 도열해 있으니 빨리 군복을 갖추고 밖으로 나오라고 재촉했다. 조광윤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동생에게 “선황제(先皇帝)인 세종 시영(柴榮)의 은혜를 배반할 수 없다.”며 시영이 임종 전에 자신에게 어린 황제의 후사를 보살펴 달라고 극구 부탁한 사실을 들며 강력하게 거절했다.

이때 진교역의 군영에는 사방에서 “태위(太尉)를 황제로 옹립하자!”는 병사들의 우렁찬 외침소리가 새벽의 찬 공기를 가르며 천지를 진동시켰다. 그러는 와중에 완전 군장(軍裝)을 하고 손에 병기를 든 장병들이 벌떼같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군막을 가득 메웠다.

이때 조보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에게 황제가 없다고 하니 태위님을 황제로 추대하는 바입니다.」

이 말에 깜짝 놀란 조광윤이 일어나 옷을 걸치고 대답을 미처 하지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황포(黃袍)를 그의 몸에 걸쳐 주었다.
그런 다음 모든 사람들이 엎드려 절을 올리고 만세를 외쳤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깨닫게 된 조광윤은 질책의 말문을 열었다.

「당신들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나를 황제로 추대했을 것이오. 만일 당신들이 나의 명령은 따를 수 있다면 가능하지만, 만약 나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면 이 주인 자리는 사양하겠소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장병들은 재빨리 다시 절을 올리며 만세를 외쳤다.

이어 조광윤이 명령을 내렸다.

「어린 황제와 태후는 다 나의 주인이오. 조정의 공경(公卿) 대신들은 다 나의 동료들이네. 그들에게 함부로 불순한 행동을 해서는 안되네. 금세기(今世紀) 몇 대의 제왕들은 병변을 일으켜 입성한 초기에 약탈하고 국고의 물건을 빼앗았는데 당신들은 절대 그들을 따라 해서는 안 되오. 만일 관민을 능멸하고 재물을 약탈한 자가 있다면 죄를 물어 죽일 것이오!」

장병들이 일제히 응답하고 소리 높이 만세를 외쳤다. 이때 조보는 그에게 경성의 배치상황을 빠짐없이 보고했다.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된 조광윤은 6군(六軍)에 명령을 내리고 8만 대군을 이끌고 경성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