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소통을 주제로 한 책 <경청 : 박원순의 대한민국 소통 프로젝트>(휴먼테크, 2014년 2월)을 출판했고, 일주일 후인 23일 출판기념회 대신 조촐한 강연을 했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시장은 2년 여에 걸쳐 서울시정을 살피면서 시민들과의 경청의 경험 사례를 책으로 담았다. 바로 불통의 시대에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박 시장은 책을 통해 "스마트폰의 등장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으로 어느 때보다 소통하기 편리한 시대가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이 안 되는 것은 경청의 자세가 부족하고 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귀를 기울어 듣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진정한 경청이 소통의 핵심이라고 밝히면서 '경청(傾聽)'을 넘어 '경청(敬聽)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은 소통프로젝트 <경청>을 펴낸 후, 일주일 만인 23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주변에 있는 마이크임펙트 스퀘어 13층 회의실에서 김태원 구글코리아 팀장의 사회로 출판기념회를 대신해 시민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박 시장은 미리 예고에 참가 신청을 받은 120여명의 시민들에게 ‘경청’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날 박 시장은 강연을 통해 “경청은 시대정신”이라며 “어떻게 듣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강연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강연에서 박 시장은 ‘경청의 10원칙’으로 △말을 음미하라 △경청을 제도화하라 △편견 없이 들어라 △효율적으로 들어라 △반대자의 의견을 들어라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가운데로 들어가라 △신뢰를 얻기 위해 때로는 용서를 빌어라 △절실하게 들어라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라 △말하는 것 이상을 들어라 등을 제시했다. 강연을 끝낸 박 시장은 책을 내밀은 참석자(독자)들에게 일일이 붓펜을 이용해 자필로 '간단한 문구와 날짜 그리고 박원순' 이라고 썼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일 ‘경청’ 강연 참가 신청을 받는 편지글을 통해 “화자에 대한 사랑과 신뢰, 존중이 없는 들음은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다”며 “진정한 경청은 내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시장은 “경청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자 끝”이라며 “누구를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듣는다”고 강조했다.
또 “이 책(경청)은 제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겪은 소통성장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았다”며 “다른 분들처럼 거창한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출판소식을 알려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박원순 시장의 편지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박원순입니다.국내외에서 들려오는 비보에 마음이 먹먹합니다. 소치의 금메달 소식도, 직원들의 생일 축하 카드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해 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강원지역 폭설에 서울시 지원을 발표하는 날 서울시청소속 이상화 선수는 소치에서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같은 날, 겨울은 우리에게 아픔과 웃음을 주었습니다. 강원지역민이 하루빨리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바랄 뿐입니다. 제계는 금메달 수상 같은 무게의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책을 냈습니다.
‘경청(敬聽)’
한자어가 틀렸다구요? 듣는(聽)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대가 있었습니다. 듣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며 주의 깊게 듣는(傾聽)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저는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사랑, 존중의 마음을 갖고 듣는(敬聽)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화자에 대한 사랑과 신뢰, 존중이 없는 들음은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정한 경청은 내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불’평등 ‘불’안 ‘불’만 ‘불’ 신 등 우리 마음 속 불을 끄는 해법은 ‘소통’ 뿐입니다. 모든 커피의 베이스가 에스프레소이듯 소통의 베이스는 ‘경청’입니다.
경청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저는 누구를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듣습니다. 이 책은 제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겪은 소통성장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았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거창한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출판소식을 알려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경청’은 가까운 서점에서 만나주십시오.
‘以通安民’
소통이 밥이고, 일자리이고, 돈입니다. 2014년에도 함께 잡은 손 놓지 않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4년 2월 박원순